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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빛깔 외 2편 / 정진희

작성자오교정|작성시간26.06.12|조회수21 목록 댓글 0

이별의 빛깔

 

 

그려왔던 빛들이 불길하게 흔들렸네

디딜 곳 없는 어둠, 슬픔을 캐내는지

목젖에 자꾸 달아붙어

그을음 긁는 소리

 

창자에서 올라온 회백색의 냉기와 

벌겋게 얼어버린 날숨을 묽게 개어

임종한 카무유*의 슬픔을

그려낼까 떨리는 손

 

아홉 구비 죽음은 그려낼 수 없어서

사랑의 구석구석 성에 끼고 시려서 

모네는 겨울 새벽빛으로 

그 밤을 색칠했네

 

 

* 클로드 모네, <임종을 맞은 카미유>

 

 

 

모란 가슴

 

 

바래버린 여자의 방 오래된 홑청에는

시들지 못하는 모란꽃이 피어 있다

어젯밤 덜걸사거리

임피역 앞 깐치멀

 

마침내 바쳐질 오목가슴 제단 아래

무릎 꿇은 어둠을 일으켜 세우며

눈물을 홀치던 여자들

모란꽃을 접고 있다

 

 

 

 

채굴된 시간들

 

 

100년은 더 캔다던 말들이 떠돌아서

돌 이불 깔고 덮고 돌그릇에 돌가루 밥

삼십 층 내려얹은 황등산

바닥까지 파냈다

 

국밥집 아궁이 장작불에 끓던 돌도

사발로 나눠 먹고 돌보다 단단해졌어도

살 속에 가난이 스며

생선 팔던 울 어머니

 

진폐증 밭은기침 삭아가던 큰오빠

낡은 문 삼백집에 흘려 앉은 곱단 주인

이제는 가는귀먹은

돌 울음을 듣고 있다

 

 

<<시조미학>> 통권 50호(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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