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빛깔
그려왔던 빛들이 불길하게 흔들렸네
디딜 곳 없는 어둠, 슬픔을 캐내는지
목젖에 자꾸 달아붙어
그을음 긁는 소리
창자에서 올라온 회백색의 냉기와
벌겋게 얼어버린 날숨을 묽게 개어
임종한 카무유*의 슬픔을
그려낼까 떨리는 손
아홉 구비 죽음은 그려낼 수 없어서
사랑의 구석구석 성에 끼고 시려서
모네는 겨울 새벽빛으로
그 밤을 색칠했네
* 클로드 모네, <임종을 맞은 카미유>
모란 가슴
바래버린 여자의 방 오래된 홑청에는
시들지 못하는 모란꽃이 피어 있다
어젯밤 덜걸사거리
임피역 앞 깐치멀
마침내 바쳐질 오목가슴 제단 아래
무릎 꿇은 어둠을 일으켜 세우며
눈물을 홀치던 여자들
모란꽃을 접고 있다
채굴된 시간들
100년은 더 캔다던 말들이 떠돌아서
돌 이불 깔고 덮고 돌그릇에 돌가루 밥
삼십 층 내려얹은 황등산
바닥까지 파냈다
국밥집 아궁이 장작불에 끓던 돌도
사발로 나눠 먹고 돌보다 단단해졌어도
살 속에 가난이 스며
생선 팔던 울 어머니
진폐증 밭은기침 삭아가던 큰오빠
낡은 문 삼백집에 흘려 앉은 곱단 주인
이제는 가는귀먹은
돌 울음을 듣고 있다
<<시조미학>> 통권 50호(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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