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의 결혼식 김수엽
눈빛을 유리 벽에 지불하고 옷을 산다
몸에는 햇볕 한 벌
찰랑거리며 빛난다
신부는
아버지 손에서
신랑 팔로 옮겨간다
슬픔을 칭칭 감은 눈 젖어서 물렁하다
박수가 요란하게
꽃향기로 켜진다
사랑은
둘이 걸을 때
반짝이는 봄날이다
느릿한 걸음들이 구두 위에 번쩍인다
조명에 피어난 꽃이
자박자박 떠다닌다
하나가
또 하나 만나면
둘인데도 하나다
우울한 봄 김수엽
와장창 화가 난 봄 몸 전체 고열이다
음식물 통 주변으로
쉰 냄새 피어오르고
누렁이
헉헉거리는
금이 간 계절이다
<시인 뉴스 포엠 6월>
▲김수엽 시인
199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아르코창작지원금, 성파시조문학상 대상 등,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역류>, <율격> 동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