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직지콘텐츠 공모전 / 김영욱

작성자김수엽|작성시간26.06.09|조회수45 목록 댓글 0

[대상] 직지라는 별 / 김영욱

보이나요,

먹먹한 그리움이 응어리진 벼루 같은 밤

붉은 실 세 번 꼬아

하늘과 땅의 인연을 묶어주면

별자리 거푸집마다 별빛 옹알이들도

고귀한 책으로 태어날 운명이었죠

천 년 전

내 이마 가까이로 다가오려다

흥덕사 뒤란으로 떨어진 한 쌍의 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다듬어

드높은 뜻을 헤아린 달잠과 석찬의 마음

그리움의 이름을 새긴 가락지로 환생했을까

오늘도 모래 무덤을 뒤척이는

강물이 차갑습니다

그 누가 무심히 허공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잘라

먼 나라 지하 수장고에

가둬놓았을까요

도서번호 109번*

무슨 수인의 변호인 냥

수라에 억류된 신분으로 흐려진 별빛

백운화상의 혼이 담긴 그 별의 심장은

부처님의 인상을 본 뜬

이심방 이심실의 전법륜인

쌍가락지 같은 빛의 광배는

별이 빛나는 고흐의 작품에서도

앵발리드**의 과녁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센느 강물로

화살촉 같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

나는 천 년을 걸어

사바의 절귀 같은 에펠탑을 마주 보았습니다

흥덕사에서 처음 맡은

쇳내가 내 코끝을 스쳐지나갑니다

*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의 유언에 따라 1852년, 프랑스 국립 리슐리 도서관에 기증된 <직지>의 기증번호 9832 도서번호는 109번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차례 공식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문헌실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 2024년 하계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 경기장의 이름, 근처에 센느 강이 흐르고 강변을 따라 걸어가면 파리 국립도서관까지 한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다.

 

제3회 2025 직지콘텐츠 공모전 수상자 발표 - 충청일보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주최하고 (사)세계직지문화협회가 주관한 ‘2025년 직지콘텐츠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됐다.25일 세계직지문화협회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총 549편이 접수된 가운데 시 부문 220편, 수필 ...

www.ccdailynews.com

[최우수상] 발신 :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 / 박장흥

- 박병선을 기억하며

나는 이름 없는 먼지였습니다

거대한 한자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희미한 그림자였습니다

파리의 메마른 숨결이 내 장정을 갉아먹고,

서늘한 시간이 육백 년 전 청주에서 온

장인의 땀방울을 천천히 지워갈 때

나는 그저 속절없이 잊혀지는 법을 배웟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에 묻힌 내 존재를 비추는 작은 빛이 있었습니다

낯선 시간 속에서 나타난 동향의 손길이

쌓이고 쌓인 먼지 위를 고요히 쓰다듬었습니다

당신의 눈빛이 닿는 순간,

잊혀졌던 먹빛은 오계리 대숲의

바람 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세상은 나를 '최초'라 불렀지만,

그 빛은 내게 가장 눈부신 감옥이 되엇습니다

나를 비추는 조명이 선명해질수록

유리창 너머 당신의 눈빛은 흐려졌고

나의 글자가 뚜렷해질수록

당신의 머리칼엔 서리가 쌓였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이 흐려져 가는 것을

나는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이 시간의 강을 건넌 후

나는 오지 않은 답장을 기다리는 편지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빛 속에 갇혀

돌아올 수 없는 당신과

돌아가지 못하는 나 사이에서

이제 나는 여기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묵서가 되어

밤마다 센 강의 파문 위로

무심천의 물소리를 조용히 띄워 보냅니다

 

(사)세계직지문화협회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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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구름을 빌려 쓴다 / 최일걸

구름은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행적이 묘연한 직지심체요절 상권이

뜻하는 바가 불러일으킨 하늘에서

태양이 금속활자처럼 쏟아내는

햇빛은 찬란했다

번뇌처럼 부는 바람이 구름의 페이지를 넘기면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는 직지심체요절 하권이

석가모니의 고행의 길을 펼쳐 보였다

인쇄본에 적혀 있는 상형문자를 흉내 내는

내 몸이 부질없다 몸에 무게를 둔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낭설일까

뜬소문처럼 가벼운 몸을 구름에 얹을 수 있었다

구름이 비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무게가 더해지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는 지상을 밟을 수 없을 것이다

빗줄기를 빌려 땅바닥에

직지심체요절을 옮겨 적지 못했을 것이다

내 얼굴을 대신하는 저 달이

부끄러운 낯빛인 까닭은 인쇄본을 한 자

한 자 더듬어도 내가 직지심체요절에

도무지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지심체요절이 자꾸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읽히는 것은

깨달음이 한없이 오묘한 세계이기 때문일까

[출처] 제3회 직지콘텐츠 공모전 / 김영욱|작성자 ksujin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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