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탱자나무 유림 / 이소하
산북면 종택에는 탱자나무 두 그루가 있다
문중의 글 읽는 소리 듣고,
선과 획을 가르는 운필을 지켜보았으므로
오늘도 필사 중이다
푸른 공중을 향해 빼죽이 돋아 있는
가시의 촉은 어직도 관조 중이다
먹물 스미듯 떨어지는 탱자들,
쉼표처럼 바닥에 찍혀 있다
마당에 터잡고 아름쯤 되는 둥지,
겹겹이 고서를 두른 나이테에는
해마다 흰 꽃피워 낱장을 되뇐다
빽빽한 한 질씩 펼쳐 읽는 데만
사백 년이 걸린다
가문을 휩쓸었던 사화와 낙향이
어긋난 잎맥에 갇혀
문풍지 울리는 날이면 사각거린다
군데군데 솟은 옹이는 둥근 벼루가 아닐까
하루가 멀다 하고 먹을 갈았으니
갏아진 연당이 박혀 있다
바람이 분다
탱자나무가 줄기를 곧게 편 뒤
가지를 굽혀 써 내리는
흘림체가 난하다
나무의 그윽한 그늘이
현판 도촌유거에 가 닿았으니
탱자나무도 유림이다
2025 제3회 경상북도문예현상공모전 수상자 발표
안녕하십니까? 제3회 경상북도 문예현상공모전이 지난 2025년 7월 1일(화)~8월 31일(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의 문인과 문학에 관심 있는 분께서 공모전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제3회 경상북도문예현상공모전은 1,000여편이 응모되어 날이 갈수록 그 뜨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심사는 제출해 주신 신청서와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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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하회탈 / 전병숙
나는 누구인가 내 안의 나는 내가 아닐 수도 있어
나뭇결 속의 나는 나를 감추고 세상을 비웃고 있다
호통 치는 자존심은 더 높이 오를 곳 없고
호탕하게 쏟아내는 웃음은 한 줌의 슬픔도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가려진 표정으로
아래 보며 호통치고 냉수 한 사발 마시고 이 쑤시는 허세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한다고
허리 굽힌 초랭이 입에선 진실이 새어 나오고
선비 그림자만 쫓던 이매는 넘어지고도 넘어진 줄 모르고
맞아도 웃고 웃으며 비틀거린다
살면서 비틀거리지 않은 삶은 없을 것이다
탈을 쓴다는 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세상의 풍파를 걷어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일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내가 흔들어 넘어가면
숨긴 눈물이 웃음으로 풀어지고
환호와 박수소리에 한 마음이 된다
탈을 쓰는 것은 마음을 벗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
능청맞다 방정맞다 심술굿다 하지만
눈물과 웃음이 희비가 뒤 섞인 얼굴을 오리나무에 숨기고
내가 울고 네가 웃는다
내 안의 내가 울기도하는 이 얼굴은 내가 맞는 걸까
생의 고단함을 풀어내는 탈은 오늘도 웃는다
[출처] 제3회 경상북도 문예현상공모전 / 이소하|작성자 ksujin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