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소개

포도주 한 병/허수경

작성자김수엽|작성시간26.06.20|조회수22 목록 댓글 1
포도주 한 병


허수경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너는 아주 돌아올 듯 망설이며
우는 자의 등을 방문했다가 막 떠났는데
낡은 외투를 그의 등에 슬쩍 올려주며 막 떠났는데

그때 그는 네가 다녀간 걸 눈치챘을까?
그랬을 거야,
저렇게 툭툭, 털고 다시 가잖아

오므려진 손금처럼 어스름하고 가냘픈 길
그 길, 부셔서 마침내 사윌 때까지 보고 있어야겠네

이제 붉은 물은 내 손금 속에서
해, 달, 바람의 뒤안이 되어 흐르겠다

-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난다, 2026)

_허수경 시인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동서문학상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철 | 작성시간 26.06.21 아픔없는 곳에서 편안하시길,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