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개구리와 나 류인채 청개구리 한 마리 열린 창으로 들어와 내 책상 위, 방금 읽던 시집 위에 앉아 가만히 나를 올려다본다 저 눈, 물기 어린 침묵 끈적일 듯한 몸 저 작은 갈퀴발로 어디서 어디까지 가 본 걸까 무언 속의 이심전심으로 나, 잠시 청개구리 되어 속엣말 나누고 싶다 그러나 나, 그를 오래 붙잡아둘 수 없고 그 또한 저 살던 풀밭 그리울 텐데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짧은가 너와 내가 통할 수 있는 때는 다만 지금이라 믿으며 우리 마음 열어 보자 나는 청개구리가 되어 바닥에 몸 웅크리고 너는 잠시 사람이 되어 이 창 안을 어른거려보자, 생각하는데 청개구리, 창문 쪽으로 뒤축이 빠질 듯 달아난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청개구리처럼 웅크린 나와 시집 한 권만 민망하게 펼쳐져 있다 ㅡ계간 《시와소금》 (2026, 여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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