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 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 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 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_ 김이듬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 시집 『별 모양의 얼룩』,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등. 이형기문학상, 전미번역상, 샤롯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과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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