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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소개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작성자김수엽|작성시간26.06.23|조회수11 목록 댓글 0
다소 이상한 사랑


김이듬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

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
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

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_ 김이듬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 시집 『별 모양의 얼룩』,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투명한 것과 없는 것』,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등. 이형기문학상, 전미번역상, 샤롯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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