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시 김륭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암이 아니라 변비 때문에 죽겠다고, 제발 똥 좀 나오게 해달라고 시원하게만 나오면 죽어도 좋겠다고, 나는 암 병동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 이대로 죽었으면 하고, 애인이 사 온 죽을 먹었다. 그때마다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본 것도 같다. 죽기 딱 좋은 가을이었다. 잠깐이라도 우는 것을 멈추면 너무 익어서 움켜쥘 수도 없는, 어떤 마음은 매달려서 익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해 매달린다. 물끄러미 병실 창밖을 내다보는 애인 그림자 밑에 엎드려 또 울었다. 나는 죽은 마음에 이목구비가 생길 때까지 불을 켰다. ㅡ시집 『전업 눈사람』(시인의 일요일,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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