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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및 기타 장르

이용악의 생애와 문학

작성자김수엽|작성시간26.06.17|조회수25 목록 댓글 0

이용악(李庸岳, 1914.11.23- 1971)

 

1. 이용악의 생애

 

이용악은 1914년 11월 23일 함북 경성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과 유랑, 가족의 해체와 같은 비극적 체험이 도드라지는 그의 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가난에도 불구하고 경성보통하고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1934년 도일, 니혼(日本)대학 예술과를 잠시 다녔으며 죠오지(上智)대학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이 기간 중 신인문학 1935년 3월호에 시「패배자의 무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의 첫 시집 「분수령」과 제2시집 「낡은 집」(1938)은 모두 동경에서 간행되었다. 아용악을 두고 최재서는 "생활을 생활대로 생활에서 우러나는 말로 노래한

다는 의미에 있어서의 인생파 시인"이라고 평했는데, 이런 시적 진실성이야말로 1930년대 후반 그가 서정주,오장환과 더불어 조선시를 걸머질 '시삼재(詩三才)'로 불리게 된 근본 이유였다.

 

1939년 귀국한 후 최재서가 주관하던 "인문평론"의 편집기자로 근무하는 한편, 1940년 무렵에는 모종의 정치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하기도 한다.

 

일제의 폭압적 식민 지배가 극에 달해 가던 때인 1942년 고향 경성으로 귀향했던 그는 해방이 되자마자 상경,'조선문학가동맹'의 맹원으로, "중앙신문"의 기자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제3시집 『오랑캐꽃』(1947)과 제4시집 『이용악집』(1949)을 내는 등 왕성한 시작 활동을 수행한다. 1949년 모종의 정치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1950년 6월 28일 북한군의 서울 점령과 함께 출옥, 1951년 3월부터 1952년 7월까지 '조선문학가동맹'시분과 위원장 일을 보면서 한국전쟁기를 보낸다. 한국전쟁후 벌어진 남로당계 문인 숙청에서 살아 남은 그는, 1956년 11월부터 '조선작가동맹출판사'의 단행본 부주필을 역임하는 한편,『조선문학』1956년 9월호에 발표한「평남관개시초』로 1956년 조선인민군창건 5주년 기념 문학예술상 시부문 1등상을 받는다.  (펌)

 

2. 이용악 시를 보는 관점

'민족 현실의 시적 탐구', '식민지 현실의 서정적 재현', '현실 의식과 서정성', 그간 씌여진 '이용악론'의 제목 몇몇을 임의로 적어 본 것인데. 이것들은 그대로 이용악 시의 핵심 자질과 그에 대한 상찬의 까닭을 동시에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다. 이용악은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 계속 겪은 가난과 노동,유랑,비극적인 가족해체 등 자전적 체험을 궁핍과 억압으로 상징되는 식민지 현실의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이런 주제들은 미적인 관점이 확보되지 않을 때 사적인 고통과 절망의 감상적 토로, 아니면 그것을 강제하는 억압적 현실에 대한 맹목적 고발로 치위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용악은 그런 위험성을 특히 이야기 중심에 둔 서사성의 도입과 강화를 통해 엄격히 통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확보된 감각과 경험의 구체성은 오히려 공감과 연대의 폭이 매우 넓은 서정성 획득에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다.

이용악 시의 성취는 외부 현실의 인식과 재현이란 틀로 그의 시를 이해하는 관점은 아무래도 주체의 내면적 계기,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환경과 운명에 작용함은 물론 그것을 스스로 빚어 나가는 자각적 개인으로서의 시인의 면모에는 상대적으로 소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는 1930년대 후반의 시적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 시기는 흔히 지적되는 대로 특정한 주조가 상실된 일종의 '전형기'로 주체의 위기와 근대의 파국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심화되던 시기였다. 자명성의 사실은 현실이나 존재의 향상 가능성을 불신하고 회의하게 하는 허무주의의 단초가 되기 쉽다. 실제로 뚜렷한 방향이 부재한 혹은 실종된 시대에 대한 열패감과 불안감은 그런 현실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던 저"생명파'의 서정주,오장환,유치환은 물론 이용악의 초기 시도 역력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불행한 의식'을 자기 성찰과 자기 완성의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우리 시사 초유의 '적극적 니힐리스트'로 우뚝 선다. 이런 존재의 전환은 이들이 무엇보다 김동리의 말을 빌린다면 '인간 운명의 구경적 탐구'에 집중했기 때문일 텐데, 이때 그것의 최초이자 최후의 대상이 된 것은 '나',특히'저주받은 시인'으로서의 '나'였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것은 이들의 '나'의 탐구가 '탈향'과 '귀향'의 변증법을 통해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탈향 귀향 행위는 식민지 현실이나 개인사와 직접 연관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는 존재의 근원과 보편적 언어에 가 닿으려는 일종의 '목숨을 건 도약'이었다.

 

3. 비극적 세계 인식과 환멸의식의 내면화


첫 시집 『분수령』(1937)에 드러나 있는 이용악 시의 '불행한 의식'은 자기 환멸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그런 환멸 의식이 생겨났는가에 대한 파악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서정주와 오장환의 경우 그것이 가족사적 환경과 그 흔적을 담고 있는 주체의 자기 모멸감에서 비롯한 것임은「자화상」(서정주)이나 「성씨보」(오장환) 등을 참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때문에 그들의 시는 때로는 매우 격정적인 어조와 그러한 상황에 적합한 강렬한 이미지를 채택함으로써 비극적 서정을 한껏 고양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하면 용악은 산문적 진술로 바꾸어도 시적 전언의 의미가 별로 훼손되지 않을 만큼,강렬한 시적 비유나 감정의 즉발적인 토로를 자제하면서 평이한 어투로 시세계를 펼쳐 나갔다. 이런 경향은 그의 상실감이 인간의 근원적인 운명에 대한 천착에서 비롯되는 자기 모멸감과는 다른 차원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주름잡힌 이마에 /석고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를/ 거리의 뒷골목에서 만나거든 /먹었느냐고 묻지 말라/ 굶었느냐곤 더욱 묻지 말고/ 꿈같은 이야기는 이야기의 한마디도/나의 침묵에 침입하여 말어다오// 폐인인 양 씨드러져/턱을 고이고 앉은 나를/ 어둑한 폐가의 회랑에서 만나거든/울지말라/울지말라/너는 평범한 표정을 힘써 지켜야겠고/ 내가 자실하지 않은 이유를/ 그 이유를 묻지 말어다오

-「나를 만나거든」중에서


시인으로서의 출발점에 서 있는 용약의 시적 자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시이다. "주름잡힌 이마에 석고처럼 창백한 불만이 그윽한 나"와 "페인인 양 씨드러져 턱을 고이고 앉은 나"라는 부분은 시적 자아의 내면 심리를 입축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비유들은 운명과 미래의 불확실성 속으로 서서히 진입해 가는 아직은 미성숙한 시적 자아의 불안한 심리를 각별히 환기시킨다.


그런 상황이 절망적이란 것은 시적 자아가 떠도는 공간들이 뒷골목이나 폐가의 회랑과 같은 폐쇄성과 퇴락으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공간이란 점에 잘 나타나 있다.그리고 이런 공간 이미지를 통해 "불만이 그윽한 나" "폐인"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열패감과 타인에게도 먹고 자고 웃고 울고 하는 사람살이의 모습도 묻지 말라는 유폐감은 한층 강화된다.


결국 시적 자아으 극단적인 내향성은 '꿈 같은 이야기'로 상징되는 미래에의 의지조차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별다른 유기적 연관 없이 파편적으로 나열되고 있는 각각의 비유들은 순간적이고 즉자적인 비애감의 토로에 봉사할 뿐이다. 이와같은 통어되지 않은 감정의 무분별한 분출은 이 당시 용악이 '불행한 의식'의 근원에 다다르지 못했음을, 또한 그로 인해 자신의 일그러진 내면을 충분히 객관화할 수 있는 미적 거리 확보에도 실패하고 있었음을 증거하는 표정이라 하겠다.

용악의 자아와 세계 인식은 인간 존재의 비극성에 대한 통찰에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리의 뒷골목", 폐가의 회랑",이란 표현에서 보듯이 삶에의 안주를 불가능하게 하는 현실 정황에 의해 떠밀려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용악이 환멸의식을 극복하고 자기동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한 그런 고투의 결과로 주어지게 될 성숙한 시의 육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창백한 불만'과 '울분'을 강제한 상처의 근원을 탐색하는 일이 먼저 필요했을 것이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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