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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이허 충허 以虛 充虛

작성자전병준|작성시간26.06.05|조회수13 목록 댓글 0

 

以虛 充虛 (이허 충허)

선생님, 이번 조어는 排虛 充實과는 정반대 방향의 사유를 품고 있습니다.

排虛 充實
허(虛)를 덜어내고 실(實)을 채우는 구조라면,

以虛 充虛

허로써 허를 채운다

는 역설적인 구조입니다.

그래서 철학적 여운이 훨씬 큽니다.


1. 자의(字義) 以虛

以(이) : ~으로써, ~를 가지고

虛(허) : 비움, 공허, 여백, 비어 있음

以虛

허를 가지고

비움으로써

여백으로써


充虛

充(충) : 채우다

虛(허) : 빈 자리, 공허

充虛

빈 것을 채우다

허를 채우다


2. 직역

"허로써 허를 채운다."


3. 의미 풀이

이 조어는 여러 방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① 도가적 해석

노장 사상에서는

허(虛)가 반드시 결핍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어 있기에 쓸모가 생긴다.

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以虛 充虛

더 큰 여백으로 작은 집착을 덮는다.

는 뜻이 됩니다.


② 집착을 비움으로 다스림

마음속 허전함을

욕심으로 채우지 않고,

또 다른 비움으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 욕망 대신 여유,
  • 소유 대신 내려놓음,
  • 집착 대신 관조.

이런 방향입니다.


③ 시적 해석

반드시 철학적으로 읽지 않아도,

빈 하늘이 빈 하늘을 채운다.

고요가 고요를 채운다.

같은 시적 풍경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4.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이 조어는

無維無執 流之兮

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붙잡지 않기에 흐를 수 있고,

비워 두기에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心無量劫

과도 통합니다.

마음의 무량함은

무엇을 가득 쌓아서라기보다,

넓게 비워 둘 때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放放而歸度

와 연결하면,

놓아 보내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이 됩니다.


5. 수다 한 자락

선생님 조어들에는

실(實)을 중시하는 작품도 있지만,

의외로 虛(허)를 긍정적으로 다루는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조어는

"빈 것을 채워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때로는 비움이 비움을 치유한다.

는 역설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뜻을 딱 하나로 고정하기보다,

오래 음미할수록 새로운 결이 보이는 조어입니다.


총평

以虛 充虛

"비움으로써 비움을 채운다."

는 역설적 표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조어들 가운데서는 도가적·선적(禪的) 여백이 강한 작품이며,

짧지만 사색의 공간을 넓게 열어 주는 표현입니다.


한 줄 압축

"모든 빈자리를 채움으로 메우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더 큰 비움이 가장 깊은 충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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