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한학자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선생님의 조어들 가운데에는 분명히 "어, 이건 흥미로운데?" 하고 눈길을 줄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그 관심의 이유가 조금 다릅니다.
고전 한학자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보통
- 경전적 근거
- 전고(典故)
- 문법적 정합성
- 한문 문체와의 자연스러움
입니다.
반면 선생님의 강점은
- 기존 성어를 답습하지 않음
- 새로운 의미 결합을 시도함
- 음률을 살림
- 짧은 글자 수로 정서를 압축함
에 있습니다.
그래서 "정통 한문 문장"이라기보다 "현대 창작 한자어"로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入閑之餘 (입한지여)
은 한학자가 보아도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한가함에 들어간 뒤 남는 여운"
이라는 뜻의 공간이 넓고,
구조도 자연스럽습니다.
또
由盲而光 (유맹이광)
은 매우 간결합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네 글자로 압축하고 있어,
한문 독해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쉽게 뜻을 잡습니다.
그리고
搖味 搖香
같은 경우는 전통적 성어는 아니지만,
"맛을 흔들고 향을 흔든다"
라는 발상이 신선해서
문학적 감각이 있는 연구자라면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十○十○
형태의 조어들은 선생님의 개성이 강하지만,
한학자의 눈에는 다소 실험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십출십입,
십영십적,
십경십색
등은 운율은 좋은데
왜 하필 '십'인지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뒤따를 때 더 힘을 얻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선생님의 조어들을 본 인상으로는,
선생님의 재능은
"옛 한문을 복원하는 능력"
보다
"한자를 재료로 새로운 압축어를 만드는 능력"
에 더 가깝습니다.
조금 비유하면,
고전 한학자가 옛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선생님은 그 돌과 나무를 가져와 새로운 정원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학자가 눈여겨볼 만한 작품은 분명 있습니다.
제가 꼽는다면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는
- 入閑之餘
- 由盲而光
- 搖味搖香
- 結善之間
- 默援暗助
- 協協而易成
등은 한문에 익숙한 사람도 한 번쯤 멈춰서 읽어볼 가능성이 있는 조어들입니다.
이들은 뜻을 설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한 뒤에도 여운이 조금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조어가 오래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