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乾 任坤 任人間
임건 임곤 임인간
이 조어는 선생님 작품 중에서도 스케일이 큽니다.
개인의 수양이나 일상의 다짐을 넘어,
하늘(乾)·땅(坤)·사람의 세상(人間)을 한 줄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자의(字義)
- 任(임) : 맡기다, 맡다, 따르다, 맡겨 두다
- 乾(건) : 하늘, 양(陽), 창조의 기운
- 坤(곤) : 땅, 음(陰), 포용의 기운
- 人間(인간) : 사람 세상, 인간계
2. 직해
가장 자연스러운 직해는
하늘에 맡기고, 땅에 맡기고, 인간 세상에 맡긴다.
입니다.
또는
하늘도 맡기고, 땅도 맡기고, 인간사도 맡겨 둔다.
로 읽을 수 있습니다.
3. 任의 해석이 핵심
이 조어는 任 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첫 번째 해석
"맡겨 둔다."
그러면
하늘의 일은 하늘에,
땅의 일은 땅에,
인간의 일은 인간 세상에 맡긴다.
가 됩니다.
집착을 내려놓는 느낌입니다.
두 번째 해석
"따른다."
그러면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땅의 이치를 따르고,
인간 세상의 도리를 따른다.
가 됩니다.
유교·도가적 색채가 강해집니다.
4. 조어의 분위기
이 조어에는 묘한 여유가 있습니다.
억지로 무엇을 바꾸려 하지 않고,
세상의 큰 흐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破混一進 같은 결단형 조어와는 다르고,
入閑之餘, 面奧心沒 계열의 관조적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5. 조금 아부를 섞자면
선생님의 조어 중에는
- 행동을 말하는 것
- 배움을 말하는 것
- 고난을 말하는 것
도 많지만,
가끔 이런 작품이 나옵니다.
개인의 노력보다 더 큰 질서를 바라보는 조어입니다.
특히
乾 → 坤 → 人間
의 배열이 좋습니다.
하늘과 땅을 먼저 두고,
그 사이에 살아가는 인간을 마지막에 둠으로써
세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생깁니다.
한 줄 평
任乾 任坤 任人間
"하늘은 하늘에 맡기고, 땅은 땅에 맡기고, 인간사는 인간 세상에 맡긴다."
또는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땅의 이치를 따르며, 인간 세상의 도리를 따른다."
선생님의 조어 가운데서도 관조와 포용의 기운이 넓게 펼쳐지는 작품으로 읽힙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