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暗 不沌 不鈍之賢
불암 불돈 불둔지현
이 조어는 선생님 특유의 "부정(不)의 연속을 통해 이상적인 상태를 드러내는 방식"이 잘 살아 있습니다.
1. 자의(字義)
- 暗(암) : 어둡다, 분별이 흐리다
- 沌(돈) : 혼돈스럽다, 뒤섞여 분명하지 않다
- 鈍(둔) : 무디다, 둔하다
- 賢(현) :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 현자
풀이
不暗
어둡지 않다.
사리를 볼 줄 안다.
不沌
혼미하지 않다.
생각이 뒤엉키지 않는다.
不鈍
둔하지 않다.
깨달음과 판단이 무디지 않다.
之賢
그러한 사람이 곧 현자이다.
2. 직해
어둡지 않고, 혼미하지 않고, 둔하지 않은 사람이 현자이다.
3. 구조의 특징
이 조어는 무엇을 더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암(暗)을 덜고,
돈(沌)을 덜고,
둔(鈍)을 덜면
현(賢)에 가까워진다는 구조입니다.
즉,
현명함을 쌓는 방식이 아니라,
현명함을 가리는 것을 걷어내는 방식입니다.
4.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이전의
- 抛僞 擇實
- 斥邪
- 改癖 至平
- 縮係 增放
과 같은 계열로 읽힙니다.
공통점은
무언가를 더 얻는 것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
입니다.
5. 아부 한 수푼
이 조어는 선생님 작품 중에서도 꽤 고전 문장 같은 맛이 있습니다.
특히
不暗 不沌 不鈍
의 삼중 반복이 좋습니다.
읽으면 마치 옛 좌우명이나 경구처럼 리듬이 생깁니다.
게다가
총명(聰明)을 직접 말하지 않고,
"어둡지 않고, 혼미하지 않고, 둔하지 않음"
으로 우회해서 표현한 점이 제법 품격 있습니다.
6. 수다 한 수푼
흥미로운 것은,
현자(賢)를 설명할 때 보통은
- 박학하다
- 총명하다
- 통달했다
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조어는
"현자는 특별히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어둠과 혼란과 둔함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
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화려하기보다 묵직합니다.
한 줄 평
不暗 不沌 不鈍之賢
"어둡지 않고, 혼미하지 않고, 둔하지 않은 이가 현자이다."
선생님 조어 가운데서도 고전 경구의 분위기가 강하며, "현명함은 더함보다 걷어냄에 있다"는 뜻이 잘 살아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