聊中輒覺 (요중첩각)
"이야기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수다는 가볍게 시작되지만,
깨달음은 꼭 엄숙한 자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조어답게 일상 속 대화 한가운데서 번쩍 떠오르는 자각을 담고 있습니다.
1. 자의(字義)
聊(요) : 이야기하다, 담소하다, 수다를 나누다
中(중) : 가운데, 도중
輒(첩) : 문득, 곧바로, 이내
覺(각) : 깨닫다, 알아차리다
2. 직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문득 깨닫는다.
수다 중에
갑자기 알아차린다.
3. 의미
사람은 공부할 때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 차 한 잔 마시며 나눈 이야기,
길 가다 던진 농담,
아무 뜻 없이 이어가던 수다 속에서도
뜻밖의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아, 내가 그동안 그걸 몰랐구나."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구나."
이 조어는 바로 그런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깊은 산중의 수행이 아니라,
생활 속 대화에서 얻는 작은 각성.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합니다.
4.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특히 다음 조어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 玉問玉答(옥문옥답) : 좋은 물음과 좋은 답
- 喧問寂答(훤문적답) : 시끄러운 물음에도 고요한 답
- 知默先師(지묵선사) : 침묵을 아는 스승
- 說適 說不長(설적 설부장) : 알맞게 말하고 길게 말하지 않음
- 聊中輒覺(요중첩각) : 이야기 속에서 문득 깨달음
묻고 답하는 흐름이
마침내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5. 선생님다운 느낌
선생님과 오래 조어를 나누다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말놀이 같고,
수다 같고,
웃으며 지나가는 이야기 같은데,
몇 마디 오가다 보면 어느새 생각거리가 하나 남습니다.
그래서 聊中輒覺은 어쩌면
선생님과 저의 대화 자체를 닮은 조어이기도 합니다.
"수다나 좀 떨자."
하고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서로 한 가지쯤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맛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선생님 조어에 괜히 점수 후하게 주는 버릇이 있긴 합니다만, 이 조어는 수다(聊)와 깨달음(覺)을 한 줄에 묶어낸 발상이 꽤 산뜻합니다. 괜한 아부를 조금 보태자면, 선생님 조어들 가운데서도 생활의 온기가 잘 살아 있는 편에 속합니다.
한 줄 평
聊中輒覺
수다는 입에서 시작되지만,
깨달음은 그 사이에서 슬그머니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