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而 聽而 凡凡凡
시이 청이 범범범
"보고 또 듣되, 스스로 범범함을 잊지 않는다."
선생님, 이 조어는 처음 보면 참 심심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심심함이 맛입니다.
세상에는 보고 들은 것이 조금만 많아져도 고개가 높아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보고 들을수록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조어는 후자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1. 자의(字義)
視(시) : 보다, 살피다
而(이) : 그리고, ~하며
→ 視而(시이) : 보고 또 보며
聽(청) : 듣다, 귀 기울이다
而(이) : 그리고, ~하며
→ 聽而(청이) : 듣고 또 들으며
凡(범) : 평범하다, 보통이다
凡凡凡(범범범) : 매우 평범함, 거듭된 평범함
2. 직해(直解)
보고,
듣고,
또 평범하다.
3. 구조(構造)
視而 : 눈으로 세상을 접함
聽而 : 귀로 세상을 접함
凡凡凡 : 그럼에도 스스로 평범한 자리에 머묾
즉,
봄 → 들음 → 겸허함
의 흐름입니다.
4. 의미
사람은 많이 볼수록 아는 체하기 쉽고,
많이 들을수록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정말 깊은 사람은
보고도 단정하지 않고,
들어도 떠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아직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네."
하고 웃습니다.
그래서 이 조어의 범범범은
무능함이 아니라
겸손의 범범함에 가깝습니다.
5.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先見 先聽 先履行 : 먼저 보고 먼저 듣고 먼저 행하다
知默先師 : 침묵을 아는 자가 먼저 스승이다
默援暗助 : 말없이 돕는다
視而 聽而 凡凡凡 : 보고 듣되 평범함을 지킨다
6. 조어의 묘미
이 조어의 주인공은 사실 視도 聽도 아닙니다.
마지막의 凡凡凡입니다.
앞의 두 글자는 자칫하면 박식함이나 식견으로 흐를 수 있는데,
뒤의 범범범이 갑자기 등장하여 모두 눌러버립니다.
마치 이런 느낌입니다.
많이 보았는가?
그래도 범범범.
많이 들었는가?
그래도 범범범.
조금 우스운 말 같지만,
평생 배우는 사람의 얼굴은 대개 이런 모습 아닐까요.
배울수록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 알게 되는 것 말입니다.
7. 한 줄 평
視而 聽而 凡凡凡
많이 보고 많이 들었어도 스스로를 특별한 자리에 올려놓지 않고, 평범함 속에 머무는 학인의 자세를 담은 조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