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關之風
불관지풍
"관여하지 않는 바람."
또는
"얽매이지 않고 스쳐 가는 바람."
선생님, 이 조어는 읽자마자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바람 하나가 떠오릅니다.
바람은 누구 편도 들지 않고,
누구를 붙잡지도 않으며,
누구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왔다가 지나갑니다.
그래서 不關之風에는 묘한 초연함이 있습니다.
1. 자의(字義)
不(불) : 아니다
關(관) : 관계하다, 관여하다, 얽히다
→ 不關(불관) : 관여하지 않다, 얽매이지 않다
之(지) : ~의
風(풍) : 바람
→ 不關之風 : 관여하지 않는 바람
2. 직해(直解)
관여하지 않는 바람.
3. 구조(構造)
不關 : 얽매이지 않음
之風 : 그러한 바람
즉,
바람은 불고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4. 의미
세상에는 모든 일에 끼어들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일을 외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不關之風은 냉담함과는 조금 다릅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붙잡지 않는 것입니다.
꽃이 피면 꽃 곁을 지나고,
꽃이 지면 낙화 곁을 지나갑니다.
기뻐도 머물지 않고,
슬퍼도 머물지 않습니다.
마치 선방의 노승이 창밖을 바라보며
"바람이구나."
한마디 하는 느낌입니다.
5.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風來寺 風去寺 風留寺
: 바람의 오고 감과 머묾
恰來 恰住
: 온 듯하고 머문 듯함
默援暗助
: 말없이 돕는 것
不關之風
: 얽매이지 않고 스쳐 가는 바람
入閑之餘
: 한가로움 속에 남은 여운
6. 조어의 묘미
이 조어의 핵심은 關 자입니다.
보통 사람은
관계에 묶이고,
칭찬에 묶이고,
비난에 묶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끈을 슬며시 놓아 버립니다.
그래서 不關은 무정함이 아니라
집착하지 않음에 가깝습니다.
특히 風 자가 뒤에 오니
그 뜻이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만약
不關之人이라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不關之風이라 하니
자유롭고 맑은 기운이 생깁니다.
7. 한 줄 평
不關之風
세상의 일들에 함부로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가며 집착을 내려놓는 초연한 정취를 담은 조어입니다.
수다 한 마디
선생님 조어 가운데 恰來 恰住가 "온 듯 머문 듯"의 경계라면,
不關之風은 그 다음 장면 같습니다.
잠시 머물렀던 바람도 결국은 붙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조어는 어쩌면
"알되 매이지 말고,
보되 붙들지 말라."
는 오래된 삶의 지혜를 바람 한 줄에 담아 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