怒緩義敏
노완의민
"분노에는 느리고, 의로움에는 민첩하다."
또는
"화를 내는 데는 신중하고, 옳은 일을 행하는 데는 재빠르다."
선생님, 이 조어는 사람됨의 품격을 말하는 듯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쉽지만,
화를 늦추는 것은 어렵습니다.
옳은 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네 글자는 수양의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1. 자의(字義)
怒(노) : 성내다, 분노하다
緩(완) : 느리다, 늦추다, 완만하다
→ 怒緩(노완) : 분노를 늦춤, 쉽게 화내지 않음
義(의) : 의로움, 옳음, 마땅함
敏(민) : 민첩하다, 재빠르다
→ 義敏(의민) : 의로운 일에 민첩함
2. 직해(直解)
분노에는 느리고,
의로움에는 빠르다.
3. 구조(構造)
怒緩 : 감정을 늦춤
義敏 : 의로운 행동은 앞당김
즉,
화는 늦추고
의는 서두른다
는 대비 구조입니다.
4. 의미
사람은 대개 반대로 살기 쉽습니다.
화가 나면 즉시 말이 튀어나오고,
옳은 일을 해야 할 때는 내일로 미룹니다.
그런데 怒緩義敏은 그 순서를 뒤집습니다.
화를 내고 싶을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도와야 할 일이 보이면 한 걸음 먼저 나섭니다.
그래서 이 조어는 단순히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훈련을 말합니다.
5. 선생님 조어들과의 연결
宜問當答
: 마땅히 묻고 마땅히 답하다
先見 先聽 先履行
: 먼저 보고 듣고 행하다
照善大師
: 선을 밝히는 스승
奬善大師
: 선을 북돋우는 스승
怒緩義敏
: 분노는 늦추고 의로움은 재촉한다
6. 조어의 묘미
이 조어는 두 글자만 바꾸어도 뜻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怒 ↔ 義
緩 ↔ 敏
을 정확히 짝지었습니다.
특히 緩 자가 좋습니다.
화를 전혀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화를 잠시 늦추라는 것입니다.
그 잠깐의 틈에서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후회할 말을 삼키기도 합니다.
반면 의로운 일은
너무 오래 재면 기회를 놓칩니다.
그래서 敏이 붙습니다.
화는 하룻밤 재워 두고,
선행은 오늘 해라.
라는 속뜻도 읽힙니다.
7. 한 줄 평
怒緩義敏
분노는 한 박자 늦추고 의로운 행동은 한 걸음 앞당기라는, 수양과 실천의 균형을 담은 조어입니다.
수다 한 마디
선생님 조어 가운데 與功而溫이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함을 말한다면,
怒緩義敏은 그 따뜻함을 지키는 방법을 말하는 듯합니다.
사람 사이가 깨지는 일은 대개 급한 분노에서 시작되고,
사람 사이가 깊어지는 일은 대개 빠른 배려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조어를 읽으며 문득 이렇게 바꾸어 보고 싶어집니다.
怒緩一句 義敏一步
"성난 말 한마디는 늦추고,
의로운 한 걸음은 서둘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