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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발굴과 전시를 잇다 수중유산 보존처리

작성자나정 최종돌|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수중유산의 손상 원인과 보존처리

수중유산은 과거 선박 침몰 과정에서 해저에 매몰된 무역품과 선상 유물이다. 이들 유물은 해양생물(패각류, 해초류 등)과 염분(NaCl)으로 손상된다. 해양생물은 석재·도자기 표면에 부착되어 형태 식별을 어렵게 하고, 제거 과정에서도 표면 손상을 유발한다. 목재 유물의 경우 내부까지 침투해 세포를 분해해 조직을 약화하며 구조적 강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유물 내부에 축적된 염분은 건조 과정에서 결정화되며 팽창을 일으켜 균열과 파손을 유발한다. 보존처리는 이 같은 손상 요인을 제거하고 유물을 안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수중유산 보존처리의 핵심은 세척과 탈염이다. 기초 조사가 완료된 유물은 개흙과 패각류 등 이물질을 제거하며,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병행한다. 이후 유물 내부에 침투된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 담수에 침적하는 탈염 과정을 진행한다.

 

염소이온(Cl-) 농도가 안정화된 이후에는 유물의 재질에 따라 보존처리가 이어진다. 무기질 유물은 건조 후 필요시 강화처리를 진행하고, 유기질 유물은 수분을 약품으로 치환하는 치수안정화 후 건조한다. 접착체로 파편을 접합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전시 목적상 필요한 경우 결실 부위를 복원한다.

고선박 보존처리와 모니터링

수중유산 중 고선박은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보존이 필요한 대상이다. 길이 10m에 달하는 대형 목조 선박은 미생물과 해양 천공동물의 작용으로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출수된다. 목재 내부는 수분으로 채워져 매우 취약하며, 보존처리에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국내에서는 1976년 신안선 발굴 이후 총 15척의 고선박이 확인되었으나 현재까지 보존처리가 완료된 것은 4척에 불과하다.

 

보존처리는 해체된 부재를 세척하고 약 2년간의 탈염 과정을 진행된다. 이후 Polyethylene glycol(PEG)를 이용한 2단계 치수안정화 공정을 적용한다. 먼저 PEG#400을 약 20%까지 침투시키고, 이후 PEG#4000을 25~70%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약 5년에 걸쳐 목재를 안정화한다. 건조는 급격한 수분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습도를 서서히 낮추는 조절건조법을 적용하며 약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이후 표면처리를 통해 잔류 PEG를 제거한다.

 

현재 목포에서는 총 6척의 고선박이 보존처리 중이다. 일부는 탈염 단계, 일부는 PEG 처리를 통한 치수안정화가 진행 중이다. 또 일부는 건조 단계에 있다. 특히 녹나무로 제작된 통나무배는 건조 과정에서 변형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고선박은 복원 후 전시된다. 그러나 해안 인접 전시관 특성상 높은 습도에 따른 손상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신안선은 금속 못 결구 구조이므로 금속 부식물이 주변 목재의 산 가수분해를 유발할 수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하이드로겔을 활용한 금속 부식물 제거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 수중발굴 50년의 시간은 바닷속 유물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그 가치를 현재와 연결해 온 시간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모습을 드러낸 수중유산은 보존처리를 통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과거를 끌어올린 지난 50년을 넘어 이제는 그 가치를 미래로 전하기 위한 또 다른 50년이 필요하다.


글 박창현(해양유물연구과 학예연구사) 출처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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