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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선비의 뜻이 깃든 별서원림 명승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

작성자나정 최종돌|작성시간26.06.08|조회수0 목록 댓글 0

숲이 품은 정자, 용계정

포항의 대표적 명승인 용계정이 자리한 기북면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의 화강암 지질이 빚어낸 천혜의 경승지다. 조선 중기 여강 이씨들이 터를 잡으며 형성된 마을은 ‘덕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여 ‘덕동(德洞)’으로 불렸다. 이곳의 용계정 원림은 정자 용계정,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수구막이 덕동숲과 구곡 경관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덕동숲을 구성하는 세 곳의 숲 중 용계숲은 마을 형성 초기부터 나무가 일정 크기로 자라면 벌목하여 그 수익을 마을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숲을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는 실천적 자산으로 여겼던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이곳의 백미인 용계정은 1546년 건립 이후 임진왜란의 전란 속에서 큰 공을 세운 농포(農圃) 정문부 장군의 자취가 깃들며 그 의미가 한층 더 깊어졌다. 정문부는 조부가 정미사화에 연루되어 벼슬길이 순탄치 않았으나 이곳의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를 달래며 나라를 향한 충(忠)으로 뜻을 세웠다. 훗날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는 의병을 일으켜 함경도 일대에서 왜군을 격퇴하는 공을 세웠고, 그의 업적은 북관대첩비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구곡이 품은 별서원림

용계정은 구암산 줄기와 기계천의 물길이 감싸안은 전형적인 길지이다.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뜬 ‘덕연구곡’은 수통연(水通淵)에서 막애대(邈埃臺), 서천폭포(西川瀑布), 도송(島松), 연어대(鳶漁臺), 합류대(合流臺), 운등연(雲騰淵), 와룡암(臥龍岩)을 지나 삽연(鍤淵)에 이르는 아홉 굽이 절경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예찬한다. 정자 전면은 구곡의 물길을 향해 낮은 담을 둘렀으며, 주변의 은행나무, 느티나무, 배롱나무 등 노거수와 어우러진 풍경은 제3의 자연을 이룬다.

 

조선시대 정자는 선비들이 대자연과 교섭하며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는 동시에 고단한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비움의 공간이기도 했다. 용계정 역시 화려한 장식보다는 나무로 만든 간소한 구조를 통해 자연을 향해 늘 열려 있는 모습을 취한다. 사계절 변화하는 덕동숲의 풍광을 정자로 끌어들이며, 선비들은 그곳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고 벗들과 풍류를 나누며 내면의 힘을 길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정신력은 바로 이런 자연 간 합일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은 흘렀지만 용계정과 덕동숲에는 변치 않는 선조들의 마음이 서려 있다. 이곳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내면을 다듬었던 수양의 시간은 국난의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실천적인 힘의 근간이 되었다. 고요한 원림의 풍경 너머로 전해지는 선조들의 숨결 속에 난세를 돌파했던 민족의 단단한 기개가 여전히 살아 흐르고 있다.

 

덕동숲과 구곡의 물길이 감싸안은 용계정에는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고 시대를 견뎌낸 선비들의 정신이 고요히 흐른다

 

글 전다슬 (재)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선임연구원) 사진 한국관광공사, 국가유산포털 출처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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