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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

세가(世家) 원종(元宗) 15년2

작성자나정 최종돌|작성시간26.06.20|조회수1 목록 댓글 0

원종3(元宗三) 15년 4월~9월

 

여름 4월 무신. 왕이 보제사(普濟寺)에 행차하였다.

기유, 원(元)이 완안아해(完顔阿海)를 보내 쌀 20,000석(碩)을 운반하여 와서 군량(軍糧)을 보조하게 하였다. 작년에 백성들이 굶주렸으므로 원(元)에 쌀을 팔라고 요청하였는데, 황제가 동경(東京)의 쌀을 운반하여 구휼하라고 명령하였으나 뱃길이 험하고 또 멀어서 이때에야 도착하였다.

병진. 왕이 현성사(賢聖寺)에 행차하였다.

원(元)이 여룡우사(汝龍于思)를 파견하여 견(絹) 33,154필을 가지고 와서 군량(軍粮)을 사들이게 하였다. 그리하여 곧 관견도감(官絹都監)을 설치하고 견직(絹織)을 전국의 모든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개경[王京]에 4,054필, 충청도(忠淸道)에 4,000필, 경상도(慶尙道)에 20,000필, 전라도(全羅道)에 5,000필을 할당하여 매매하니 견(絹) 1필에 쌀 12두(斗)로 계산하였다.

갑자. 간의대부(諫議大夫) 곽여필(郭汝弼)을 원(元)에 파견하여 표문(表文)을 올렸다. 표문에서 말하기를,
“소방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적어 군인과 농민의 구분이 없으며, 거기에 더하여 생활마저 매우 피폐한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지난 번 탐라(耽羅) 정벌에 동원되었던 병졸과 뱃사공[蒿師]들이 이번에 다시 배 만드는 일에 동원되었고, 이번 일본(日本) 원정에 나설 병졸과 초공(梢工)도 역시 지난번 부역에 나왔던 인부 중에서 뽑을 수밖에 없는데, 홍차구(洪茶丘)는 김방경(金方慶)에게 공문을 보내 ‘배 300척과 초공(梢工)·선원[水手] 15,000인을 미리 준비하시오.’라고 하였습니다. 그 수가 너무 많은데 어찌 우리나라 사람만으로 충족할 수 있겠습니까? 원래 우리가 관할하던 제주(濟州)와 동녕부(東寧府), 북계(北界) 여러 성(城)의 사람과 서해도(西海道)에서 역(役)을 피해 동녕부(東寧府)로 도망간 사람들은 모두 물에 익숙하고 또 배를 잘 부리므로 그들을 모두 추쇄하여 보충하게 해주십시오.
또 경오년(庚午年, 1270) 이후 지금까지 5년 동안 군대에 공급한 군량(軍粮)도 일찍이 핍절되었습니다. 이제 조선(造船)에 동원된 인부와 공장(工匠) 및 감독관 등 30,500인과 종전군(種田軍) 및 홍총관(洪摠管)의 군사들, 제주(濟州)에 남은 군사들에게 공급할 군량미(糧米)는 양반(兩班)의 녹봉(祿俸)과 각종 부세를 모조리 전용하여도 오히려 충분하지 못하며, 또 전국의 관리와 백성들에게서 거둔다고 하여도 고갈되어서 남은 것이 없습니다. 특별히 황제의 자비로움을 입어서 20,000석의 쌀을 배로 운반하여 군량(軍粮)에 보충하게 하니 온 나라가 감격하고 있으며, 또 다시 성은을 베풀어 양곡 값으로 견(絹)을 넉넉히 하사하니 그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정벌로 인하여 전국의 공사(公私) 재정이 고갈되었으며 또 조선(造船) 때문에 농사철을 놓쳤으니 견을 팔아서 양식을 저축하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라고 하였다.

5월 경진. 주정(朱錠) 등을 급제시켰다.

병술. 세자(世子) 왕심(王諶)이 황제의 딸 홀도로게리미실(忽都魯揭里迷失, 쿠투루칼리미시) 공주에게 장가들었다.

기축. 원(元)의 일본(日本) 원정군 15,000인이 왔다.

임진. 왕이 본궐(本闕)에 행차하여 십일요(十一曜)에 초제(醮祭)를 지내고 비를 빌었다.

병신. 지추밀원사(知樞密院事) 송송례(宋松禮)와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기온(奇蘊), 응양군상장군(鷹揚軍上將軍) 김광원(金光遠)에게 명하여 일본(日本) 정벌군을 더 뽑으라고 하였다.

경자. 원(元)이 사신을 파견하여 농사와 누에치기(農桑)를 장려하고 군량(軍糧)을 비축하라는 조서(詔書)를 전달하였고, 홍차구(洪茶丘)에게 농사를 감독하라고 명령하였다.

6월 기유. 왕이 편찮아지자 전국에 대사면령을 내려서 불충(不忠)과 불효(不孝)의 죄를 제외하고 사형수[死罪]도 모두 용서하였다.

신유. 대장군(大將軍) 나유(羅裕)를 원(元)에 파견하여 중서성(中書省)에 상서하기를,
“금년 정월 3일에 조정의 지시를 받고 대선(大船) 300척을 건조하도록 즉시 조치를 취하였으며,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 허공(許珙)을 전주도(全州道)의 변산(邊山)으로, 좌복야(左僕射) 홍녹주(洪祿遒)를 나주도(羅州道)의 천관산(天冠山)으로 보내 목재를 준비시켰습니다. 또 시중(侍中) 김방경(金方慶)을 도독사(都督使)로 임명하여 그 휘하의 관원과 장병들은 모두 정예들로 뽑았으며, 필요한 인부와 공장(工匠), 물품을 전국 각지에 사람을 파견하여 공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재촉하였습니다. 정월 15일에 한 곳에 모아서 16일에 공사를 시작하였고, 5월 그믐에 완전히 끝내서 배는 대선(大船)과 소선(小船) 합계 900척 건조를 완료하였으며 사용할 물품도 모두 원만하게 구비하였습니다. 유능한 3품관들에게 업무를 분담시켜 뱃머리를 돌려서 이미 금주(金州)를 향해서 출발시켰으니, 여러 재상들은 황제에게 잘 보고하여 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계해. 왕이 제상궁(堤上宮)에서 훙서(薨逝)하니, 왕위에 있은 지 15년이고 향년 56세였다. 유언 조서(詔書)에서 말하기를,
“내가 부족한 덕으로 외람되이 종묘를 지킨 지 15년이 되었는데, 책임이 막중함으로 인하여 마침내 병에 걸려 오랫동안 낫지 않으니 더 이상 직무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국왕의 자리는 잠시도 비울 수 없으며, 나의 원자(元子)는 지극한 인덕으로 인망을 모았고 현철한 성품은 하늘에서 타고 났다. 지금 입조(入朝)를 위하여 원[上國]에 가 있어서 아직 직접 책봉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너희 신민(臣民)은 사왕(嗣王)의 명령을 받들어 선왕의 위업을 훼손하지 마라. 상복(喪服)은 달[月]로 바꾸어 계산하는 복(服)으로 계산하여 3일만 입고 벗을 것이며, 산릉(山陵)의 규모와 시설은 검소하게 하도록 힘쓰라. 전국의 진(鎭)·번(藩)·주(州)·목(牧)의 관리는 소관 지역을 넘어서지 말며, 원(元) 조정에서 정한 상례 제도[哀制]를 준수하고 과거(科擧)를 보거나 혼인하는 것은 모두 예전대로 시행하라. 아아! 그대들 재상과 대신 및 모든 관리들은 나의 죽음을 슬퍼하여 몸을 상하지 말 것이며, 오로지 한 마음으로 나라를 보호하고 안정시키도록 하라.”
라고 하였다. 또 원(元)에 유언 표문(表文)을 보내고, 또 세자(世子) 왕심(王諶)이 효성스럽고 근면하여 왕위를 맡길 만하다고 하였다.

갑자. 백관(百官)이 ‘순효(順孝)’라는 시호(諡號)를 올리고, 묘호(廟號)는 원종(元宗)이라고 하였다.

9월 을유. 〈원종(元宗)을〉 소릉(韶陵)에 장사지냈다. 충선왕(忠宣王) 2년(1310) 7월 을미 원(元)이 ‘충경(忠敬)’이라는 시호를 추증하였다.

사신(史臣)이 찬(贊)하기를, “원종(元宗)이 세자(世子)였을 때에는 권신(權臣)이 권력을 장악하고 옳지 못한 일을 자행하였는데, 원[上國]이 죄를 물을까봐 두려워하면서도 기꺼이 복속하지는 않아서 몽고(蒙古) 군대가 해마다 국경에 집결하여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왕은 부왕(父王)의 명령을 받들어 원(元)에 직접 입조(入朝)하여 권신(權臣)이 발호하려는 뜻을 좌절시킴으로써 결국 등창이 나서 죽게 만들었다. 또 아리발가(阿里孛哥, 아릭부케)가 (元) 헌종(憲宗)의 적자로서 상도(上都)에서 군대를 거느리고 길을 막고 있을 때 세조(世祖) 황제는 번왕(藩王)으로서 양(梁)·초(楚) 지방에 있었는데, 원종(元宗)은 천명(天命)과 민심(民心)의 소재를 알고 가까운 아리패가를 버리고 멀리 있는 세조(世祖)를 찾아갔으므로 세조(世祖)가 이를 가상히 여겨 공주(公主)를 왕자(王子)에게 시집보내기까지 하였다. 이로부터 대대로 장인과 사위[구서, 舅甥]의 좋은 관계를 맺어서 동방(東方)의 백성이 100년 동안 태평세월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였으니 이 또한 칭찬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당시에는 삼별초(三別抄)가 국내에서 반란을 일으켜 지방의 주군(州郡)을 침탈하였고, 원(元)은 장수를 파견하여 끊임없이 토색질을 하였다. 왕이 밤낮없이 올바른 정치에 힘써야 할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연락(宴樂)에 빠져 비빈과 궁녀들이 그 심지(心志)를 좀먹고 환관[閹人]들이 제멋대로 왕명을 출납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애석하도다.”라고 하였다.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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