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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장로일기

작성자잠자는공주26|작성시간26.06.19|조회수69 목록 댓글 2

어느 장로 일기

안재덕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대접받다 보니 본질을 잊고 교만의 미끼에 물려버린 거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쌀밥 대접 한번 받아 본 적 없던 사람, 오지 중에 오지 초가삼간 여덟 식구들 목구멍은 항상 허기졌고 때 구정물 배인 단벌옷 입고 초등학교 다녔다.
삶의 변곡점이 된 건 마누라 성화에 못 이겨 교회 나가면서부터다.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던 사람한테 집사님 집사님 이거, 환청 아닌가 싶어 귀를 몇 번 비벼보기도 했다. 대접받는 게 익숙해지자 장로가 되었다. 어, 장로 되니까 장난 아닌데, 집사하고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면서 장로님 장로님 소리에 권세도 따라 붙고 교만도 껴들어 허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한가 치고 있다. 주변에서 저 사람 술독에 빠진 생쥐처럼 다니던 사람이 술, 담배 딱 끊고 길들인 진돗개처럼 마누라 가방 들고 교회 나간다며 쑥떡거리는 소리 귀가 가렵기는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울렸다 웃겼다 대접에 익숙해 초심을 잊고 있다는 사실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 올 줄이야! 비바람 몰아쳐도 새벽기도 한 번 빠지지 않던 마누라 얼굴이 치자처럼 누렇게 떠가고 겁이 덜컥 나 “여보 동네병원이라도 가봅시다” 그 말 되받아 생사화복을 주관하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텐데 믿음 약한 소리한다며 성경책 욥을 생각해 보란다. 그래도 졸라대니 마지못해 따라나선 대학병원 “너무 늦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두 손 꼭 잡고 울며 기도했건만 만개한 벚꽃잎처럼 속절없이 바람에 날고 말았다.
마누라 죽으면 화장실 가 웃는다는 말은 옛말. 빨래는 세탁기가 있으니까 그렇다 치자. 하루 세끼 끼니가 기다리고 있다. “여보, 당신 가고 나면 절대 결혼하지 않고 곁눈질 하지 않을 테니 내 걱정 말고 괴로움, 슬픔, 눈물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오. 내 곧 갈게” 그 약속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혼자 살기 적적하지 않으세요. 좋은 사람 있는데 소개해드릴까요? ” 달콤한 말에 귀가 솔깃해 커피숍으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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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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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둘이라서 | 작성시간 26.06.19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꺼먹돼지 | 작성시간 26.06.19 장로가 그리 대단한 직책이라고 착각한 모양. 장로는 그런자리가 아녀.도리어 섬기는 자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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