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김정랑
정읍시 산외면 상두산 자락 용굴에는
물구나무 수행자가 살았다고 한다
눈 어두운 사미니, 발가락으로
천장에 목어 그리며 수직의 해탈을 꿈꿨다
어둠속에서 번뇌를 토해낸 어미처럼
그녀는 붉은 가을밤을 해산했고
수컷이 구해온 산후 첫 끼니에 버무려진
누군가의 이름을 씹으며 젖을 물렸다
회색 휘파람은 먹이를 유혹하는 기술, 파동은 사냥을 알리는 신호탄
그녀는 살점을 뜯고 피를 마셨다
깨달음은 두 눈을 켜는 꿈이었다, 아니 날개에 파닥이는 노래였다
관음의 미소 가득한 밤 핏자국을 참회하던 대나무 숲
살생하지 않는 나무나 돌로 환생하고픈
그녀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더 이상
가벼워질 수 없는 몸으로
입적한 날은 동안거 결제일
땅으로 비상하던 그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토록 배부른 적이 없었다
구더기 한 줌 몰려오는 새로운 세상
그녀의 갈비뼈가 팔레트처럼 부풀어
영원한 불화로 피어나는 순간 동굴에는 수많은 음표가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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