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지방(天圓地方)>
얄팍한 샛길에는 노을이 일렁이곤 하였다.
그 노을의 시대가 끝나면 긴 밤녘에 한 칸
어느 혜성이 무엇인가를 향하여 쫒기어 갔다.
이튿날 초롱 밝힌 등촉인 양 오리온이 뜨면
성좌와 성군이 무엇을 간절히 바라느나 보고
나른한 오후에 큰 개와 작은 개도 지향을 보다
기울어지듯 휘돌아나가면 반나절이 흐른다.
저마다 우아한 자리에서 생명을 영위하겠지
이름이 없는 행성조차도 가장 밝게 빛나서는
금성을 꿈꾸는 누군가의 지향이 되고는 하느니
명왕과 해왕 천왕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왔고
가뭇 해는 거대한 뜨거움과 목마름이 되었느니
밤이 되면 어느 흰 점을 세며 나절을 지새었다.
오리온의 검붉은 어깨의 빛이 점점 가늘어간다.
연노랑색 찬연한 둥근 보름달을 본 일이 있다.
사람은 벌써 삼십일이 지났나 새삼스레 보더니
어느덧 둥근 원은 그들의 관심사에서 쫒기어갔다.
소외된 객체는 밤바다 파도에 씻겨내리듯
아슬파란 지평선을 사이에 놓고 가늘어졌다.
마침내 그믐에야 잘린 손톱이 남겨진 북방의 날
나무 절구와 귀여운 옥토끼 한 쌍을 떠올리었다.
죽음 앞에 소싯적 거인의 어깨자리 별도 그랬을까.
우주는 찢기고 서로는 멀고 진리는 종잡을 수 없다.
갈대를 꺾어 물병에 놔두니 창가엔 바람이 친다.
대륙에서 밀려나 대양으로 쫒겨나 덩케르크 해안
고토를 장병들이 되찾으러 노르망디에 나리었다.
번개와도 같은 무한궤도 밑에 전차의 밤이 지나고
짓밟힌 국기와 수치의 철탑 수도에 나부끼던 상실
저마다의 알파를 쥐고 몇몇 별자리 일등성을 쥐고
전신(戰神)과도 같은 사막의 여우의 품으로 돌파한 그날
영웅의 몰락과 병사의 승리는 어울린 전설이 되다.
행성에서 어느 행성을 한없이 동경하였던 신성은
몰락하는 그 순간에야 손가락 끝 탄생이 빛나리라.
벌판에 태어나 진리를 일으켜 뜻으로 치켜드는
탄생과 죽음 끝과 시작을 망라하는 사건의 발현
석가 세존의 검지에는 빛으로 밝은 싹이 틔었다.
재탄생 그 이름은 역시 황홀하고도 뜻깊은 단어
복희씨와 신농 전욱 제곡을 거친 편년체(編年體)의 사서
동방과 서방의 하늘을 두루 비추는 직녀의 베틀
그물처럼 촘촘히도 꿰어나는 아폴론의 화살들
스스로를 동경해서 잡아먹힌 나르키소스와도 같이
댓바람 울렁이는 성근 바닷가의 북녘풍과도 같이
저 천구(天球)에는 수많은 이룸과 소망과 목표가 박힌다.
마차부가 이끄는 가을겨울의 대서사시 그 뒤에서
강서대총의 주작도(朱雀圖)와 견주어도 빛이 뒤지지 않게
숨멎지 않을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일이등성(一二等星)
저마다의 별들을 손바닥에 꼭 쥐어선 눈을 감고서
내가 죽어도 미처 다하지 않는 나의 수호신에게
한 올 한 올 오늘도 마주한 수없는 생명들이여
꺾인 다짐을 훑는 바람이 쌓여 이루는 일생이여
닿을 수 없는 동포의 설움이여 존재의 설움이여
붉은 핏빛 큰 덩어리 비루한 죽음조차 화려하다.
만개한 행성과 위성의 꽃놀음마저 손에 쥐고
대마불사 수많은 패들을 내리삼키는 천지대패(天地大覇)
삼백육십하나의 격자를 모두 메우는 장대한 끝
신성 성좌의 죽음을 초유의 신성이라 부르나니
가련한 천재의 숱한 죽음은 곧 탄생이라 이르되
여전한 일상 그대로 세상에 박제된 천재들이여
태양의 계절에서도 마주볼 해뜰녘 댓바람이여
그리고 목이 말라선 소리칠 홍염의 파천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