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선언(自己宣言)>
원고 위에 어느 글귀를 새기노니
후일 상징이 되기 위함입니다.
언뜻 철은 회색이었습니다.
시선을 조금이라도 돌리우면
백과 흑이 서로를 시기하였기에
음양(陰陽)은 격렬히 요동하였고
강철은 당당히 굳세었습니다.
굳세어 스스로 빛이었습니다.
어느 바다는 산맥을 동경하여
순간이라도 제 몸을 일으켜
산맥의 자태(姿態)를 따라하고 부서지나니
일광이 제 몸에 유리의 넋으로 비치어
탄생과 몰락에 걸쳐선 빛났습니다.
고원과 분지 그 위로 파랑이 밝습니다.
어느 소년들은 해를 바라며
달구인 광야 그 위를 내딛고
그림자가 뒤따르며 돌아오더니
여러 해 내달리며 나이테가 생기고
그림자에 그들이 삼켜질 적에는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 누웠습니다.
시인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바라고
다른 시인은 별을 헤며 삶을 보았습니다.
펜을 들고서 무릇 글월을 지새우건대
현대사를 거치우며 여러 갈래로 절멸한
어느 분노의 지류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체념 혹은 부끄럼이 제 고개를 듭니다.
저는 어느 북방 신수의 기운으로
세상에 나서 찬란한 밤을 갈구하나니
이는 스스로 본인이 밝음의 동녘
샛별이 되겠다는 오롯한 서사입니다.
최후가 오는 날 구름 뚫고 마침내
날개 펴고서 광활히 날아갈 것입니다.
운명을 연소해 스스로를 드밝히우는
항성의 몸에는 광배(光背)가 일렁일 것이요.
불꽃의 얼굴이 태어나 일그러지다가는
또다른 불씨의 속에서 얼굴이 됩니다.
열정은 창대한 광명으로 태어나서는
시리듯 아름다운 청색으로 남을겁니다.
어둠과 밝음의 모든 순간에
생동하는 국민의 이름이 되겠습니다.
물결치는 잔흔이 아름다운 반도
선도하는 지향의 오늘이 되겠습니다.
겨우내 밝히운 상흔의 얼음장에도
지치지 않을 굳건한 역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