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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시집(시 모음)

[[시집 수록작]]<병원(病院)>-이정현

작성자이정현|작성시간26.06.23|조회수3 목록 댓글 0

<병원(病院)>

어느 밤은 일생(一生)입니다.
고비가 깊어감에 따라 마지막 숨이 거칠고
고대한 생명의 탄성과 극복하지 못한 운명이
흰 자락에 덮이어 다음 장을 기다립니다.
건물은 백색의 아우성이 일렁입니다.
검은 빛조차 모조리 내버림을 일컫었는지
어느 흰 빛 위에 동작들이 긴박히 움직입니다.
산모와 산아와 노인이 병동을 떠나감에 따라
아슬파란 빈 자리 위에 푸른 달빛이 누웠습니다.
으스러질 듯 깊은 감정은 밤에야 오는가 봅니다.
어느덧 물건들이 제 주인을 잃어서 슬픈지
유언처럼 바닥을 놔뒹굴다가 제 주인의 삶처럼
그 자신의 사명(使命)을 띄고 봉투 속에 들어갑니다.
물건들도 매장되거나 화장되어 사명을 다하리니
새로운 사람들에겐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나 봅니다.
밤을 보낸 사람들이 병동 문으로 웃으며 나옵니다.
그들의 뒤로 어느 청십자가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별과 달의 모습도 드러내지 않을 일생의 새벽
깜빡이고 있을 청색 별을 흰 벽에 덧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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