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할머니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마태 5042)
인터넷에 소개된 이야기인데, 서을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에 있는 허
름한 국숫집에서 있었던 살화이다. 그 국숫집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연
탄불로 우려낸 진한 멸치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 넘게 값을 2천
원에 묶어놓고도 면을 얼마든지 더 담아준다. 2002년에 이 집이 텔레비
젼에 소개된 직후 나이 지긋한 한 남자가 프로그램 제작 담당자에게 전
화를 걸어 디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 놓
았다.
그 남자는 15년 전에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설상가상으로 아
내까지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실의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내다보니 결국은 집을 나와서 노숙자 신세가 되어 용산역 근
처를 배회하며 지냈다. 하루는 배가 고팠는데, 그날따라 주머니엔 동전
한 푼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용산역에서 길을 따라 난 식당에 들어가서
일단 밥을 먹고 '돈이 없다' 고 통사정해보려고 했지만, 그는 가게 문을
들어서지도 못했다. 심지어 어떤 집은 소금을 뿌리고, 또 어떤 집은 개
를 풀겠다고 위협하면서 내쫓았다.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하자 그 남자
도 악에 바치게 되었다. 용산역 인근 식당은 일일이 다 들어가 보고 몽
땅 그렇게 나오면 밤에 휘발유 뿌리고 불을질러 버릴 생각까지 했다. 그
러다 삼각지 작은 골목에 있는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갔다. 쭈뼛쭈뼛 들
어서자 할머니가 자기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면서 "어서 앉아요."
하고 말을 건냈다. 그러고는 국수를 말아 주는데 태어난 후 그렇게 맛난
음식은 처음이었다. 허겁지겁 국수를 퍼 넣고 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그릇을 빼앗아 갔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맘아 다시 주었다.
이렇게 남자는 두 그릇치를 퍼 넣다시피 하고 나서 할머니가 다른 국
수를 삶는 틈을 타 자리를 박차고 냅다 도망갔다. 그때 할머니가 뒤통수
에 대고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참을 도망가서 겨우 멈추고 헉헉대면
서 숨을 돌리는 차에 그의 귓전에 걸려있던 할머니의 외침이 그제야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냥 가! 뛰지 마 다쳐!" 할머니는 그가 돈을 내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는 친절하게 맞아 국수를 주었고, 배은망덕으로 말
한머디 없이 도망갈 때에도 뛰지 마라고 외쳐준 것이다. 그날 그 남자는
용산역 옆으로 돌아가서 몇 시간을 펑펑 울었다. 야속한 세상과 자신을
버린 아내와 가족, 친구들에 대한 미움으로 숨막혀가던 차에 그 할머니
의 친절은 그야말로 숨구멍이었고, 따스한 불싸 한 조각이었다. 그는 다
음날 본가로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후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났
다. 그기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고 15년이 지난 지금 파라괴이에서 꽤
큰 장사를 벌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