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징적인 의미가 가득 담겨있다.
가장 중요한 혼인식에 왜 기러기를 상징물로 써 왔을까?
여기에는 갖가지 설이 있다.
예전에는 원래 살아있는 기러기를 사용했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전안을 `백년기러기를 올린다`고 하여
종종 이를 위해 기러기를 기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혼례용구를 임대하는 가게(일명 기러기집)에서
산 기러기를 한 마리 빌려와서 붉은 천에 싸고 목에 붉은 실을 묶어서
기럭아비가 가지고 간다.
행여 날아갈까봐 대청에 있는 쌀뒤주나 떡시루를 엎어놓고
그안에 기러기를 넣기도 한다.
산 기러기가 없을 때는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대신 사용하도록 하였다.
나무기러기를 혼인 때 사용하는 풍습은 옛 중국에서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의 옛 문헌에 기러기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타난다.
<가공언(賈公彦)>의례소에는 기러기의 사용 까닭을 보다 분명하게 기록하였다.
"혼례에는 존비(尊卑)를 막론하고 모두 기러기를 사용한다.
그것은 음양에 순응하여 오고가는 면을 취한 것이다.
음양에 순응하여 왕래한다는 것은
기러기가 겨울에는 남쪽으로 날고 봄에는 북쪽으로 간다는 것으로,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니 요즈음 기러기를 사용하는 것은
부인은 남편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딴 까닭에 혼례에 기러기를 쓰는 것이다."
최명희의 <혼불>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기러기는 이 세상의 온갓 깃털을 가진 새인 우(羽)와
터럭 가진 짐승인 모(毛)와
비늘 가진 물고기 린(鱗) 중에서
유신을 천성으로 지키는 새라고 하던가.
그들은 겨울에는 남쪽으로 여름에는 북쪽으로,
철을 따라 다니는 수양조이다.
태양을 따르는 새인 것이다.
또한 한번 맺어진 한 쌍은 서로 헤어지지 않고 똑같이 살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코 다른 새와 다시 만나지 않는다.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절이 아닌가
<규합총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추우면 북에서 남형에 이르고, 더우면 남쪽에서 북안문에 돌아가니 信(신)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을 하니 禮(예)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節(절)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꼭 하나가 경계하고,
낮이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을 피하는 지혜가 있다.
그래서 예폐(禮幣)하는데 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혼례의 예물로 쓰여온 것은
기러기의 곧은 절개와 믿음, 질서, 의리 등과 같은 속성을 중히 여긴 까닭이다.
기러기는 또한 천리 밖 소식을 전하는 소식새(전령조)라고 일컫기도 한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양이 인(人)자와 닮아서 사람의 뜻을 전하러 가는 것으로 본 것이다.
우리 민화 효제충신도의 신(信)자 그림 가운데는 어김없이 새 한 마리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곧 기러기가 서신을 전한다는 뜻이다.
홀아비나 홀어미의 외로운 신세를 "짝 잃은 외기러기"라고 한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 "외기러기 짝사랑"이라는 속담이 있다.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노안도는 노후의 편안한 삶을 상징하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