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숨어 계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다. 진실로 하나님은 술래가 되셔서 소리를 내면서 다가가는 우리가 곤란해 할까봐 때론 모른 체 하시기도 하신다.
율법으로는 부정한 여인이요, 마땅히 격리 수용되어야 할 열두 해나 혈루병으로 앓던 여인이 군중 틈을 이용해 예수님의 뒤에서 옷자락을 잡을 때까지 모른 체 기다리셨다가 주님의 능력에 의해 혈루 근원이 끊어진 다음에야 "누가 나의 옷자락을 잡았느냐" 물으신다. 너무 놀라 엎드려 모든 사실을 진술하는 그 여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 평안히 가고 네 병에서 놓여 건강히 살아라" 하신다.(막5:25-34)
자신의 과거 더러운 죄를 숨기고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한없이 울면서 주님의 발을 자신의 머리털로 훔치며 사랑을 고백하는 죄인 여자의 서비스를 정녕 모른 체 받으신다. 아! 이 사랑! 앞에 있는 바리새인 신사 양반이 속으로 자신을 경멸할 때까지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그 여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계시는 주님을 상상해 보라. 하늘 아래 어느 누가 연기라도 할 수 있는 일이런가. 그러나 주님은 하셨다. 아니 지금도 주님은 그리 하신다.
예수님을 따라 다니면서 육성 설교를 직접 듣고 온갖 표적과 기사를 다 지켜보고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의 현장을 확인한 베드로와 그 동료들이 예수님을 배반하고 옛날 뱃사람으로 되돌아가서 밤이 맞도록 헛그물을 던지고 있을 때에도 밤새 디베랴 바닷가에 아무 말 없이 서서 그 가엾은 제자들을 지켜보고 계시다가 새벽이 되어 빈배를 끌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얘들아 고기 좀 잡았냐? 못 잡았으면 배 오른 편으로 한번 던져보렴" 하셨다.
그 말씀대로 고기를 그물 가득히 잡은 후 그제야 베드로가 예수님을 알아보고 달려와서 안기도록 하시는 주님이시다. 베드로는 갈릴리 호수에서 어부로 잔뼈가 굵은 사람임에도 고기 한 마리 못 잡았지만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에 153마리를 잡고 보니 그때야 비로소 "나는 안 되는구나. 주님의 말씀을 떠나서는 언제나 헛방이구나" 깨닫게 된다. 결국 베드로는 디베랴 바다에서 자신의 옛사람이 끝났다. 이런 베드로에게 주님은 그 위대한 사명을 맡기셨다.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 그때까지 주님은 철부지 제자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밤새 가만히 기다리고 숨어 계신 것이다.
그런데 사65:1에는 "내가 여기 있노라" 하고 드러내시는 하나님으로 묘사되어 있다. 마이스터 엑크라르트는 "하나님은 먼 곳에 숨어서 헛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사람과 같다" 고 했다. 이 말은 숨박꼭질 할 때에 숨어있는 사람이 "나 찾아봐" 하고 소리를 쳐서 자기의 위치를 알리는 것과 흡사하다.
다섯 남편을 거쳤고 지금 있는 남편도 정식이 아닌 사마리아 여인, 한마디로 유대인으로 하여금 강아지 취급받는 혼혈 이방인 여자를 만나서 기가 막힌 논리를 전개하면서 자신이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을 알려 주신다. 나는 요4장의 예수님과 죄인 여자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이 세상의 뭇 죄인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어서 구원과 하나님의 영광에 도전하도록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열심에 탄복한다.
정말 "내 이름을 부르지 아니하던 나라에서 내가 여기 있노라 내가 여기 있노라"(사65:1) 하시겠다고 한 약속을 예수 그리스도는 지키신다.
예수님에 관한 약속과 부활의 소식을 다 듣고도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와 동행하시면서 구약의 성경 말씀을 자세히 풀어주시고 떡을 떼어 축사하시고 나눠주셔서 그들의 마음의 눈을 열어 자신을 알아보게 하신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복음의 진리의 말씀을 통해 우리들에게 "내가 여기 있노라" 고 알리고 계신다.
바리새인 중에 바리새인이요, 율법에 흠이 없다고 생각한 가말리엘 문하의 우수한 인재이며, 세금도 안 내고 매를 맞지도 않고 체포 구금도 안 되는 로마 시민권을 소지하고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할 수 있는 대제사장의 구속 영장을 받아 의기 양양하게 다메섹으로 가는 그리스도인의 원수 사울이란 청년에게 주님은 자신을 드러내셨다.
아무도 못 말리도록 기세 등등한 사울이 주님의 빛의 매를 맞는 순간 내가 죽었구나 혼비백산한다. 그 순간 "너는 이방을 위한 나의 택한 그릇이다" 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리에서 제자로 채용하신다. 이 순간부터 사울이란 청년은 자신 같은 죄인 중에 괴수에게 빛으로, 사랑으로, 영광으로 나타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붙잡혀 살고 죽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나 같은 존재에게도 성경 말씀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시는 거룩하신 주님, 영광의 주님이 너무 신기하고 놀라와서 황홀한 감상에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