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부활절(Wielkanoc)
- 부활절은 폴란드 카톨릭에서 가장 커다랗고 중요한 행사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종교 행사이다. 부활절 행사는 레주렉츠야(rezurekcja)라고 불리는 이른 아침 미사로 시작되며,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아침 식사를 먹는다. 이 음식에는 각자의 소망을 사전에 빈 기원이 담겨 있다. 성회일부터 부활절 이브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40일간의 사순절(Wielki Post)과 부활절 전 일주일간의 성주간(Wielki Tydzien) 기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이 부활절 행사이다. 흰색의 미사복이 상징하듯 부활절은 기쁨을 나타내며, 다양한 종교적, 민속적 행사(음식물 축성, 달걀 채색, 시미구스-딘구스 smigus-dyngus 등)가 부활절과 관련되어 있다.
사순절(Wielki Post). 크리스마스 기간이 끝날 무렵인 `재의 수요일(Sroda Popielcowa:시로다 포피엘초바, 또는 Popielec 포피엘레츠)’부터 부활절(대략 4월초) 전날까지 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한 약 40일 간의 금식과 참회의 기간을 사순절이라 한다. 이 기간에는 특별한 예배, 은둔, 금식 등이 행해지며 개인적으로 참회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술(맥주는 예외)과 오락이 금지되며,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래서 재의 수요일 직전 사흘 간은 사순절 이전에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마지막으로 잘 먹고 논다고 해서 ‘뚱뚱한 날들’로 알려져 있는 이 때를 ‘남아 있는 날’이라는 뜻의 ‘오스타트키(Ostatki)’라고 한다. 혹은 ‘텅빈 날들’이라는 뜻의 ‘자푸스티(Zapusty)’, 마시고 먹고 즐긴다해서 ‘사육제(Karnawal 카르나발)’라고도 한다.
사순절 기간의 금식은 왕족, 대귀족 심지어 일부 부유한 수도원에서 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고, 다만 도시 빈민층(폴란드에서 서유럽의 시민이라는 계층은 극소수에 불과하였으며, 빈부의 차가 극심하였음)과 농부들에게서만 철저히 지켜졌다. 이 기간에는 생선과 생선 수프, 검은 빵, 야채, 물, 맥주만을 먹었는데, 대표적인 음식은 쥬렉(zurek: 발효된 호밀로 만든 시큼한 맛이 나는 일종의 수프)과 청어였다.
사순절 기간에 매주 주일에 올리는 미사를 고슈키에 잘레(Gorzkie Zale:쓰디쓴 비탄) 라고 한다. 고슈키에 잘레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힘을 애도하는 의미를 갖는다. 고슈키에 잘레라는 말은 예수의 십자가에 못박힘을 노래한 옛 노래의 제목인 ‘고슈키에 잘레 프쉬비바이치에(Gorzkie zale przybywajcie! : 쓰디쓴 비탄들아, 이리로 오라!)’에서 유래한말이다.
재의 수요일(Sroda Popielcowa 혹은 Popielec). 사순절 전의 먹고 즐기는 사육제가 끝나는 날인 재의 수요일에는 지난해 부활절에 축복받았던 `팔마(Palma,종려나무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폴란드에서는 종려나무를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버들가지에 채색을 하고 술을 달아 쓰고 있음)’를 태운 재를 신부가 신자들의 머리에 뿌리는 의식이 행해진다. 재를 뿌릴 때 신부는 “기억하라! 그대는 먼지로부터 생겨났고 먼지에게로 돌아가리라”라고 말한다.
성 유제프의 날(Dzien ww. Jozefa, 3월 19일). 옛날에는 폴란드에 유제프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사순절 기간과 겹치는 3월 19일은 유제프의 명명일(Imieniny:이미에니니, 폴란드에서 명명일은 생일과 같은 의미를 가짐. 그래서 생일날처럼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즐겁게 지냄)인데, 많은 ‘유제프들’을 위해 이날만은 사순절기간의 엄격함에서 잠시 완화시켜준다. 이날, `인형 물에 빠트리기(Topienie Marzany:토피에니에 마자니)’라는 놀이를 한다. 꼭두서니로 만든 누더기를 입힌 인형을 마을을 지나 들판까지 가져와 노래를 부르고 웃으며 가까운 강이나 호수에 빠뜨리는 놀이이다. 꼭두서니로 만든 인형은 겨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 놀이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나타낸다. 특히 실롱스크(Slask)의 오폴레(Opole)지역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다.
성 주간(Wielki Tydzien). 부활절 직전의 일요일부터 부활절 전날인 성 금요일(Wielki Piatek)까지의 일주일간을 말한다. 가장 중요한 날은 종려 주일(Niedziela Palmowa)과 마지막 3일로 특별한 의식이 행해지며, 그 외의 날에는 부활절 준비를 한다.
종려 주일(Niedziela Palmowa). 폴란드에서는 아열대성인 종려나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말린 야생화, 버들가지, 상록수의 가지로 된 꽃다발로 이를 대신하였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종려주일이 꽃의 일요일(Niedziela Kwietna)로 불려졌다. 오늘날에는 끝에 색깔있는 술을 단 버들가지를 교회로 가져와 축복을 받는다. 버들가지는 종려주일 몇주 전에 꺾어서 종려주일까지 눈이 트고 자라게 하기 위해 물에 담가둔다. 풍습에 따르면 버들가지의 눈 중 하나(Bazie라고 불림)를 삼키면 한해 동안 건강하다고 하였다. 소년들은 소녀들의 다리를 버들가지로 살짝 때리는데(Kotki라고 불림), 이는 소녀들의 다리가 곧고 가늘게 예쁘게 자라라는 뜻에서다. 봄은 모든 것이 생동하고 기운이 넘치는 때이므로 그럴 때 자극을 주면 더욱 잘 크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성 수요일(Wielka Sroda)에 벌어지는 행사 중에 하나로 유다 빠트리기(Topienie Judasza)라는 풍습이 있다. 아이들이 유다의 인형을 교회탑에서 집어 던진 뒤 마을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그것은 결국 부수어지는데 이것을 가까운 강에 빠뜨린다.
성 목요일(Wielki Czwartek)은 예수가 열 두 제자에게 성직을 수여할 때의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날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행진을 하고 성찬식을 거행한 뒤 자정까지 철야 기도를 한다. 성당에서는 주교가 예수가 만찬 전 그의 열 두 제자에게 했던 것처럼 열 두 명 초로의 남자들의 발을 씻겨준다.
성 금요일(Wielki Piatek)에 교회에서는 엄숙한 예배를 드리며 종을 치지 않는다. 경의의 뜻으로 십자가에 씌워진 보랏빛 휘장이 벗겨지며, 예수의 묘가 그려진 그림도 덮개를 벗긴다. “루트, 무이 루트(Lud, moj lud 민족이여, 내 민족이여), “프 크쉬쥬 치에르피에니아(W krzyzu cierpienia:고통의 십자가에서)” 등의 찬송가를 부른다.
성 토요일(Wielka Sobota)에 신도들은 실물 크기의 예수가 누워있는 무덤(Grob Panski 혹은 Bozy Grob)을 참배한다. 그림에는 반드시 초, 서서 지켜보는 천사들, 골고다 언덕에 있는 세 개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부활절 음식이 담긴 바구니(swieconka)를 가지고 축복을 받으러 교회에 간다. 부활절 바구니는 흰 린넨이나 레이스 냅킨, 혹은 어린 회양목 등의 상록수의 가지로 덮는다.
부활절(Wielkanoc:비엘카노츠)은 예수가 다시 부활한 날로 춘분(3월 21일경) 다음의 만월이 지난 후 첫번째 일요일이며, 대략 4월 초순경이다. 해뜰녘 성당종이 울려 퍼지고 폭죽 소리가 들릴 때 부활절 아침 미사(rezurekcja 레주렉츠야)를 드린다. 이는 예수가 다시 깨어났을 때 밝은 빛이 비치고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행렬을 이루어 교회를 세 번 도는데, 이는 예수의 시체를 찾으려고 했던 행위를 의미한다. 이것이 끝나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성찬식을 치루고 미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서 시비엥초네(swiecone, sniadanie wielkanocne: 부활절 아침식사)를 먹는다. 시비엥초네에는 사순절 동안에는 먹지 못했던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바르쉬츠(barszcz:붉은 순무스프)와 비고스(bigos)를 제외하고는 찬 음식을 먹는다. 주요 음식으로는 쉰카(szynka:햄), 키에우바사(kielbasa:소시지 ), 구운고기, 파쉬테트(pasztet:파이), 양념을 한 삶은 달걀, 갈은 홍당무를 곁들인 붉은 순무 샐러드(cwikla:치비크와), 케이크(babka:바프카, mazurek:마주렉, sernik:세르닉), 동부 폴란드에서 주로 먹는 키에우바사와 달걀을 넣은 시큼한 하얀 스프(bialy barszcz:비아위 바르쉬츠)를 들 수 있다. 부활절 아침 식사 전에 식구들은 축복 받은 부활절 달걀의 조각을 떼어 교환하면서 행복을 빌어준다. 이를 `지엘르니에 시엥 야이키엠(Dzielenie sie jajkiem)’이라 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프와트키(oplatki)를 쪼개 나누어 주는 것과 비슷한 풍습이다. 이제 부활절에 먹는 전통 음식을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비엥촌카(swieconka). 성 토요일(Wielka Sobota) 아침에 교회에 가서 교구 사제의 축복을 받는 부활절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시비엥촌카라고 한다. 신에게 감사하고 봄(부활절)이 신의 축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다. 린넨 덮개로 바구니를 덮고 색깔있는 리본이나 푸른잎이 달린 장식을 단다. 축복을 받고 난 후 부활절 아침까지 집에 두었다가 부활절 아침에 가장이 바구니 안의 축복 받은 달걀(생명의 상징)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행복을 빌며 나누어준다. 부활절 음식은 전 가족이 모여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활절 음식은 다음과 같은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마스워(maslo:버터-바라넥 비엘카노츠니 (Baranek wielkanocny `신의 어린양’을 상징하는 작은 어린양 모양이며, 버터로 만든 것은 바구니에 넣고, 회반죽으로 만든 것은 부활절 식탁 가운데에 놓음)나 십자가를 만들 때 쓰인다. 신의 미덕을 뜻한다. 바프카(babka:부활절 케이크)-버터로 만든 십자가나 물고기가 꼭대기에 얹혀 있는 둥근 케이크로 예수를 상징한다. 흐샨(chrzan:겨자)-치비크와(cwikla:갈은 홍당무를 곁들인 붉은 순무 샐러드)에 들어가는 겨자의 쓴맛은 예수의 고통을 상징한다. 그러나 예수가 부활했기 때문에 설탕을 넣어 달게 한다. 야이카 이 피산카(jajka i pisanka:달걀과 장식 달걀)-달걀은 생명을 상징하며, 채색된 장식 달걀인 피산카는 예수의 부활을 상징한다.
돼지고기에 향료를 넣어 만든 폴란드 특유의 향긋한 소시지인 키에우바사(Kielbasa)는 신의 은혜와 관대함을 상징한다. 원래 돼지고기는 구약시대에서는 금하였지만 신약 시대, 특히 예수의 부활 이후에는 허용했기 때문에 돼지고기로 만드는 키에우바사와 햄, 베이컨에 붙은 돼지기름은 신의 관대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또 이는 예수의 부활로 새 율법이 성립되었음을 의미한다.
쉰카(szynka:햄)는 큰 기쁨과 풍요를 상징한다. 돼지고기도 사용하지만 양이나 송아지 고기를 선호한다. 양은 예수가 `신의 어린 양’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스워니나(slonina:베이컨에 붙은 돼지 기름)는 신의 넘치는 자비와 관대함을 상징하며, 술(sol:소금)은 하느님이 “너는 이 땅의 소금이다” 라고 했듯이 소금은 귀중함을 뜻한다. 부활절 날 소금을 뿌린 빵은 환대를 상징한다. 세르(ser:치즈)는 둥근 공 모양으로 만들어서 교인들의 절제와 중용의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보다 시비엥초나(woda swiecona:성수)는 집, 동물, 들판을 축복할 때나 종교의식에 쓰이며, 시비에차(swieca:양초)는 세상의 빛인 신을 상징한다. 부활절 전날 밤에 켜두는데 이는 어둠 속에서의 빛의 힘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바구니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참고로 오체트(ocet:식초)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상처를, 비노(wino:포도주)는 예수의 희생의 피를 상징한다.
폴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부활절 풍습으로 라니 포니에지아웩(Lany Poniedzialek:물에 젖은 월요일)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부활절 다음날인 월요일에 전통적으로 젊은 남자들이 젊은 여자들을 젖게 만드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젊은 여자에게 물통으로 물을 끼얹거나(smygus dyngus:시미구스 딘구스라고 불림) 물총을 쏜다. 이날은 젊은이라면 아무나 보이는 대로 젖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폴란드에 기독교가 도입되기 이전의 폴란드 풍습 중 하나 였는데, 카톨릭이 수용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유지되고 있다. 봄이 오기 전에 물을 뿌리면 질병을 물리친다고 믿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이때 뿌려지는 물은 여성적인 매력을 준다고 여겼다. 젊은 아가씨가 많이 젖으면 젖을수록 더욱더 매력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물 대신 향수를 뿌리는 일도 많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물통으로 물세례를 하는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다음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보복하는 날이다. 이외에도 가이크(gaik:작은 숲)-문어적으로는 `작은숲’이라는 뜻이나 구어적으로는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며 집집마다 옮겨 다니는 젊은이들이 갖고 다니는 리본, 꽃으로 장식된 작은 상록수를 뜻한다. 젊은이들은 집집마다 다니면서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테야” 라고 말하는데, 주인으로부터 달걀을 받거나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이때 받은 달걀을 가이크에 넣어 갖고 다니게 된다. 특히 크라쿠프(Krakow)에서는 엠마우스(emmaus:부활절 장)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부활절을 앞두고 리넥 (rynek:중앙광장)에서 수세기동안 열려온 부활절 특별 장을 말한다. 장난감을 팔거나 장신구, 음식 등을 파는데 부활절 아침식사를 마친 후 산책삼아 많이 찾는다. 김용덕·동유럽발칸연구소 초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