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으나 보고 싶은 사람들.

작성자한광기|작성시간26.06.10|조회수37 목록 댓글 0

기억하고 싶지 않으나 보고 싶은 사람들.

 

 

 

 

그는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 Izmir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 어느 휴게소에서 터키식 단과자인 '로쿰' 가게를 운영하던 잘생긴 사람이었습니다.

이따금 지나다니는 길이어서 그가 일하는 휴게소는 휴식을 위해 자주 들러야 하는 곳이고 우리가 차를 갖고 들어가면 그곳 휴게소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과 그곳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들까지 그렇게 반가워해 줄 수 없는데 그중에도 그는 유독 우리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휴게소에 들어가면 늘 그가 운영하는 가게 앞에다 주차하고 그의 가게에 들어가 한참을 머물다 가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도 그곳에서 그를 만나 그가 기꺼이 내어주는 고급 단과자와 차를 즐기고 있었는데, 잠시 뒤 그의 아내와 인형같이 예쁜 딸 이람(İrem)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리 품에 와락 안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우리 품에 안겼다라기 보다 우리를 끌어안았다는 말이 맞습니다.

터키 사람들은 거의 그렇습니다. 한국(북한은 대단히 증오합니다) 사람이라면 모두 그들의 형제이기에 무조건 자신의 집에 데려가 대접을 해야 하고 재워줘야 하고 평생 형제로 지내야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만 바쁘게 몇 번 만나던 그가 가족들을 데려와 우리를 소개하고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몇 번이나 초대하여 함께 지냈습니다. 만날 때마다 값비싼 로쿰을 몇 상자씩이나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난 후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이혼'.

 

누가 그릇되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게 부부였다가 서로 갈라서고 만 후에 그 따로, 그리고 그의 아내였던 야디가(Yadigar)와 딸 이람과 따로 만나기도 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몇 년 전에 이스탄불 Istanbul의 탁심 Taksim 광장 옆의 레스토랑에서 바딤과 이람을 초대해 함께 식사한 것이 마지막이며 야디가는 그녀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그의 슬픔을 달래주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그를 사랑한답니다'라고 서러이 울던 그녀를 뒤로 하고 다시 잠시 떠나는 저희 부부의 발걸음이 그렇게도 무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야디가가 제 혼자 말을 들은 듯했습니다.

'야디가,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달려간 나쁜 인간은 하루빨리 잊어버려.'

 

제가 가족같이 지내는 터키 사람들 가운데 이혼한 부부가 둘이나 더 있습니다. 한 부부는 남편이 아내를 버렸고 나머지 한 부부는 서로 자주 다투다가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졌습니다.

어쨌거나 서로 뜨겁게 사랑하여 인생을 함께하리라 굳게 맹세하며 부부가 되었는데 아이들까지 기르다가 어쩌자고 이리도 매몰차게 돌아서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이나 터키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서로의 못된 마음들로 인하여 헤어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