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는 하늘이 맑았는데.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집을 나서서 700번 버스를 타고 다시 1번전차로 갈아타고 학교로 왔습니다. 그런데 학교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늘이 흐려지다가 학교 앞 두 어 정거장을 남겨두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전차 정류장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 얼른 학교로 와서 연습실을 예약해둔 것을 재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노엘이와 함께 200여 미터 되는 거리를 냅다 뛰었는데 혹 아이가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 뒤따르는 사이에 아이는 어느 사이에 제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사이에 커서 저렇게 번개처럼 달리게 되었는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와 로비에서 도시락이든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한숨을 돌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너무나도 밝은 햇살이 온 사방에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소나기 같은 비가 언제 내렸는가 싶으리 만치 말입니다.
어떤 연유에서건 간에, 나의 실수로 인한 것이거나 이웃의 잘못으로이거나 간에 우리 인생에도 맑다가 갑자기 흐려지고 억수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내릴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오늘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하고 밝게 웃으며 온 천지를 비추기가 합니다.
비 내린다고 염려 말고 해가 밝게 빛난다고 너무 즐거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그네 인생길에 비가 소나기같이 왔다가 그쳤다가 할 것이니까요.
비가 안 내리면 빗물을 모아다가 정원에 물을 주기도 하고 햇빛이 비추이면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쉬어도 가십니다.
내가 살든지 죽든지 다 주님의 것이며,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간다고 믿으며 이래도 저래도 늘 주님께서 내 삶을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구 드립시다.
2026년 6월 5일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에서 밝은 빛이 내리쬐는 창밖을 내어다보며.
초록의 나뭇잎들이 빗물을 머금은 햇살에 영롱하게 빛내고 있는 정오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