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내가 갖고 다니는 가방은.
유럽에 워낙 소매치기가 많아서 소매치기에게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소매치기하는 방법도 너무나도 다양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겠습니까.
‘유럽에서 가방을 뒤로 메면 남의 것이고 옆으로 메면 공동소유이고 앞으로 메면 가까스로 내 것이다’
기차 안에서 예쁜 손녀를 데리고 다니는 인자한 할머니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 깜박 잠들었다 깨어 보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며칠 전에는 미국인 관광객이 이곳 독일에서 80대 노부부 소매치기에게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중동이나 동유럽에서 온 집시풍의 여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기부받는다는 이상한 종이를 내밀며 혼란스럽게 하고는 가방이나 주머니를 털어 가는 경우도 대단히 많습니다.
기차나 버스, 지하철에서, 사람이 붐비는 그 어느 곳이나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더럽고도 추한 눈을 번득이는 자들이 가득합니다.
1989년부터 벨기에와 영국에서 지내며(지금은 2년째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럽을 70바퀴는 더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소매치기를 보았고 사기꾼과 야바위꾼을 만났겠습니까.
브뤼셀에서는 기차 안에서 신사분의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도둑을 잡아 가방을 찾아주기도 하였고 또 아침에 소매치기하던 자를 오후에 만나 소매치기가 도망가느라 버려둔 휴대폰과 물건들을 경찰에게 넘기기도 했습니다.
나폴리에선 사기꾼을 붙들어 유치장에 집어넣은 일도 있습니다.
아마 유럽의 소매치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 쓰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소매치기와 전쟁을 치러 이길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유럽으로 오시면 위험합니다. 분명히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곳 독일 프라이부르크 Freiburg는 그나마 평화롭고 신사적인 곳이어서 소매치기가 그리 극성을 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은 여행자에게 있어서 그 어디나 지뢰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