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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새발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 독후감

작성자할배|작성시간26.06.10|조회수21 목록 댓글 0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수면 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짧다.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문 앞에 와 있는 당일 배송, 닫힘 버튼만 새까맣게 닳아 있는 엘리베이터, 자판기 구멍에 미리 손을 넣고 커피잔을 기다리는 풍경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빨리빨리’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한국병을 만든 ‘극한 경쟁’과 ‘빨리빨리’는 사실 지금까지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최고의 성장 동력이었다. 문제는 이 성공 방정식이 유효기간을 다해 여기저기서 치명적인 버그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당오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의 폐해가 대표적이다. 과거 하루 4시간만 잔다고 자랑했던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 총리는 말년에 알츠하이머를 앓았고, 지독한 워커홀릭인 일론 머스크조차 이제는 시스템 오작동을 막기 위해 최소 6시간 이상은 자려고 노력한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가짜 신화에 속아 온 국민의 뇌를 초각성 상태로 혹사해 온 셈이다.

  경쟁의 과부하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대치동 등지에서는 대입을 10년도 더 남겨둔 7~8세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아이들은 열 살도 되기 전에 고등학교 미적분이나 화학·생물 올림피아드 과정을 선행 학습하며 미래의 행복을 가불(加拂)해 쓰고 있다. 청년층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하나에 붙겠다고 수만 명이 몇 년씩 청춘을 저당 잡히지만, 그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회는 즉시 ‘인생의 낙오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실패를 성장의 발판이자 학습의 기회로 보지 않고, 단 한 번의 레이스에서 탈락하면 영원히 끝장나는 '극한 서바이벌' 구조가 한국 사회의 뼈대에 깊숙이 박혀 있다.

  이처럼 획일화된 극한 경쟁은 이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족쇄가 되었다. 전 세계 선진국 중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물었을 때, 가족이 아니라 '돈'이라고 대답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모두가 돈이라는 거대한 단일 피라미드 꼭대기만 바라보며 과속 질주를 거듭한 결과가 바로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서글픈 지표다. 이제는 과거의 낡은 성공 방정식을 뇌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언러닝(Unlearning·비우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성장 동력이 미래의 족쇄가 된 결정적 사례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 제조업이 세계를 제패했을 때의 핵심 무기는 두 가지였다. '나사는 무조건 다섯 바퀴 반만 조여라' 하면 군말 없이 절대복종하는 매뉴얼 문화, 그리고 대기업 임원을 하다가도 가업을 잇겠다며 미련 없이 낙향하는 장인정신.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이것이 최고의 성공 방정식이었으나, 지금 같은 디지털·AI 시대에는 그 고집과 매뉴얼이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 감옥이 되어 일본 경제를 수십 년간 주저앉혔다.

   우리의 '빨리빨리'와 '극한 경쟁'도 일본의 장인정신과 정확히 같은 궤도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헝그리 정신으로 앞만 보고 달리며 선진국을 초고속으로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역할을 훌륭히 해냈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단계에서는 이 압박감이 독약으로 작용한다. 촘촘하게 얽힌 복잡계 사회에서, 경직된 경쟁심은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 창의성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린다. 우리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서둘러 성공 지도를 폐기하고 언러닝을 감행해야 한다.

  바야흐로 사람보다 힘도 세고 똑똑한 AI 시대가 도래했다. 컴퓨터 시스템의 세계에서도 효율성만 따지는 단일 프로세서의 시대는 가고, 다양하고 유연한 '분산 처리'가 핵심인 복잡계 세상이 되었다. 우리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오직 하나의 목표(돈)를 향해 일렬종대로 달릴 것이 아니라, 각자 '다양한 형태의 행복'을 발굴하고 서로 인정해 주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유튜버 '빠니보틀'은 이 복잡계 시대가 원하는 아주 영리한 생존자다.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고, 대단한 대기업 스펙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으로 1등 하려 싸우는 대신, '날것의 여행'이라는 아주 좁고 독특한 자신만의 노드(Node)를 개척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을 무기로 공중파 방송을 리드하며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은 자산가가 되었다. 기존의 게임 규칙에 종속되지 않고, 대화 테이블 자체를 스스로 바꿔버린 것이다.

  북유럽의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보다 뛰어나려고 애쓰지 마라"는 '얀테의 법'을 가르친다. 교육에서 획일적인 1등 경쟁을 걷어내니, 아이들은 목공, 요리, 철학, 스포츠 등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하게 탐색한다. 그리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저녁이 있는 삶과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경제적 안정을 누리며 세계 행복 지수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최근 전 세계의 주류 문화를 이끄는 'K-컬처'의 저력을 보면, 우리 국민의 DNA 속에는 본래 거대한 문화적 보편성과 다양성의 잠재력이 도사리고 있다. 획일적인 피라미드식 경쟁이라는 장막만 걷어낼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역시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색깔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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