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1764호 /별명

작성시간12.02.29|조회수2 목록 댓글 0

창골산 칼럼 제1764호 /별명

 

  제17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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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명

 

 

 

 

    사람마다 별명이 있다. 별명으로 불려 질 때 기분이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사람의 약점이나 눈에 거슬리는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많으므로 자신의 별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별명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곤 한다. 별명이 곧 놀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명은 부른 사람들과 불리는 사람 모두에게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름의 글자를 가지고 별명을 만들어내서 놀리곤 한다. 나의 딸은 “김애린”이다. 사랑 애(愛), 이웃 린(隣)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살라’는 뜻으로 내가 기도하는 중에 지어준 이름이다. 사람들이 이름 참 예쁘다고들 한다. 우리 교회 어느 권사님의 딸은 결혼해서 서울에 살았는데 첫 딸을 낳아 딱히 마땅한 이름을 지어 놓지 못했던 터라 출생신고를 할 날이 다가오자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전도사님 딸 이름을 따서 ‘박애린’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김밥, 애벌레, 린스”라는 세 가지 별명으로 부른다고 하면서 울먹이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마다 나는 “애린아, 그것도 한 철이야. 곧 지나갈 테니 조금만 참아라.” 라고 다독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친구들이 모두들 이름 예쁘다고 한단다.

 

    나의 아들 이름은 ‘김기린’이다. 누구든지 이름이 특이하구나 하고 생각한다. 나는 이름의 뜻을 중시하는 편이다. 창세기를 읽을 때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사래’가 ‘사라’로, ‘야곱’이 ‘이스라엘’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름의 뜻에 무게를 두고 산다. 사람이 자기 이름대로 사는 수가 참 많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도 중에 자녀를 낳고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심사숙고하고 기도하면서 성경 구절들을 연구하고 사전에서 뜻을 찾아 적절한 이름을 지어주곤 한다. 형찬, 찬미, 유빈, 소윤, 채윤, 승희, 은혜, 하은, 주은, 예은 등이 있다.

 

    기린이는 이름이 특이하여 이름으로 인한 많은 일화가 있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에는 학교에 간 첫 날, 학과 선생님마다 첫 시간에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하고자 출석을 부르는데 모두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자기를 쳐다보더라는 것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한참 바라보다가 “어째 기린이가 목이 그렇게 짧노?”라고 하여 아이들이 와하 하고 웃으니 수줍고 마음이 여린 그 애는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한다. 그래도 중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에게 “일으킬 기(起), 이웃 린(隣)으로 이웃을 일으켜주는 사람이 되라고 엄마가 지어주었다”고 하면 다들 이름 좋다고 부러워하더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름 때문에 사고가 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들이 어찌나 말썽꾸러기들인지, 특히 여자애들이 기린이의 이름을 가지고 놀려댔다. 그 때 마침 목캔디가 처음 나올 때였는데 텔레비전에서 ‘목캔디 광고’에 기린이 등장하면서 “목기린”하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것이 재미있었던지 날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면 여자애들이 “목기린, 목기린” 하면서 기린이를 놀려댔다. 어느 날 학교로부터 사고가 났다고 전화가 와서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한 여자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가 있었다.

 

    여자아이들의 놀림을 받은 기린이가 그들을 쫓다가 높은 곳으로 피한 여자애들을 밀쳤는데 그 중의 한 아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필이면 뿌리가 솟아나온 나무 등걸에 떨어져 다쳤던 것이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서 수습이 되었으나 기린이는 그 일로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보건선생님 등에게 차례로 된통 혼나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리하여 이름을 바꿔주려고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6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철이 들었는지 그 이름이 좋으니 바꾸지 않겠다고 하여 지금도 기린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예수님께서도 “세리와 죄인의 친구(눅7:34)”라는 별명으로 불려 지던 때가 있었다. 예수님은 질병과 고통과 악귀 들린 자들을 많이 고치시고 맹인들을 보게 하시고 앉은뱅이들을 걷게 하시고 나병환자들을 깨끗하게 하시고 귀먹은 자들을 듣게 하시고 죽은 자들을 살리시고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눅7:21~22) 그러니 높아지기를 좋아하며 교만했던 바리새인들과 율법교사들은 자기네들과 다른 삶을 사는 예수님을 질투하고 멸시하는 마음으로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고 하면서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비아냥거림에 개의치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고 하셨다.

 

     시골에서는 대부분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들이, 건강한 자들보다는 병든 자들이 교회를 다닌다. 그러니 마을에서 주일날이면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자들이 교회를 간다고 차리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자기네들이 좀 있다고, 자기 마을에서는 똥 꽤나 뀌고 산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비웃는다. 그리하여 나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씁쓰름하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눅18:25)” 제자들이 깜짝 놀라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나이까?(눅18:26)” 하고 물으니 “무릇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느니라.(눅18:27)” 라고 하셨으니 구원받은 우리가 어찌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누구인들 자력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자가 있겠는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해야 하리라.

 

     나의 남편은 동기 목사님들 사이에서 별명이 여러 가지로 불리는데 그 중 두 가지가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이다. 그것은 김드로와 김가이버이다. 아마도 대부분 짐작이 갈 것이다. 김드로는 그가 물고기 잡기를 좋아하여 밤낮없이 물고기를 잘 잡으니 붙은 별명이고, 김가이버는 그의 손재주가 남달라 무엇이든 못 고치는 것이 없으므로 붙은 별명이다. 목회를 하기 전에는 철을 가리지 않고 동네 앞에 있는 강에서 물고기 잡기를 즐겼더랬다.

 

     우리 동네 앞에는 동진강 상류가 흘러간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바로 집 앞에 물이 많은 큰 강이 흐르고 있으니 신이 나 자주 고기를 잡으러 가곤 했다. 눈에 안 보여서 가보면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가 쓰다가 낡아서 버린 투망만 해도 몇 개인지 셀 수 없다. 투망 값도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어느 때에는 밤이 맟도록 고기를 잡다가 빈손으로 오면 내가 “예수님이 어디에다가 투망 던지라고 안합디까?”라고 놀려대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가 42살에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아 늦깎이 신학공부를 한다고 목사 안수를 받기까지 그동안 10여년 동안은 투망 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은 투망을 쳐야 한다. 시찰 목사님, 사모님들이 민물고기매운탕을 엄청 좋아하여 일 년이면 몇 번은 천렵을 하곤 한다.

 

    또 다른 하나의 별명은 김가이버인데 오래 전 유명했던 외화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맥가이버를 딴 이름이다. 그는 못 고치는 것이 별로 없다. 전기, 수도, 지붕, 화장실 좌변기, 보일러 등 온갖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재주가 있다. 그리하여 성도들 집에 고장 난 것 수리해주러 가는 것이 곧 심방이요, 그 옆집 불신자의 집에 덩달아 가서 고장 난 것을 고쳐주면 곧 전도가 된다. 그러므로 시골교회 목사님으로 적격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몇 년 전에 안양에 있는 Y교회에서 시골교회 목사님부부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하면서 맛있는 밥도 사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선교지 탐방도 시켜주었다. 그 때 아주 재미있는 목사님이 계셨다. 우리는 그 목사님을 “삼위일체 목사님” 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사모님의 얘기에 의하면 그들 부부는 해마다 교회 한 모퉁이에 봄이 되면 채소를 심는단다. 그런데 각기 자기의 채소를 가꾼다는 것이다. 그 해에 사모님은 단호박과 호박을 심었고 목사님은 오이와 가지를 심었단다.

 

    사모님은 단호박을 쪄서 먹는 걸 좋아하고 애호박은 여름철 찌개를 끓여 먹기 위한 것이다. 목사님은 싱싱한 오이와 가지를 직접 따서 생으로 아삭아삭 먹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모님은 날마다 채소밭을 가꾸며 단호박과 애호박이 주렁주렁 열려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마음이 풍성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보니 단호박과 애호박이 세 개씩만 남고 사라졌더란다.

 

    부랴부랴 목사님에게 가서 “여보, 내 단호박과 애호박이 어제는 많았었는데 오늘은 그루마다 세 개만 남고 다 사려졌네요? 당신이 그랬수?” 하니, 목사님이 빙그레 웃으며 “여보, 하나님도 삼위일체쟎소. 그러니 단호박과 애호박도 세 개씩이면 충분하지 않겠소?” 하더란다. 그래서 재빨리 밭에 가서 목사님 오이와 가지를 세어 보니 7개씩이더란다. 그래서 바로 가서 따졌다. “목사님, 그런데 왜 당신 오이와 가지는 7개씩이우?” “아, 그거요? 그거야 뭐 내 건 삼위일체의 3 더하기 동서남북 4를 하면 7이쟎소. 하늘의 완전수 3 더하기 땅의 완전수 4를 합하여 7은 따블 완전수가 되니 오죽 좋아. 당신은 3, 나는 7. 잘 어울리쟎소?” 사모님은 씩씩거리면서 “그럼 내년에는 당신이 3, 내가 7로 바꿔요.” 했더란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그 목사님을 뵐 때마다 그 얘기가 생각이 나 사모님들은 킥킥 웃게 되었다. 그 다음날 두 대의 봉고차를 타고 일제시대 때 교회 안에 성도들을 다 가두고 불을 질러서 다 죽였다는 순교의 산 현장인 J교회를 탐방하게 되었다. 봉고차 안에서도 어제의 그 일을 가지고 사모님들이 실컷 웃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며 갔다. J교회에 도착하니 그 교회 목사님이 교회 역사를 소개한다고 하여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는데 목사님들은 앞자리에 사모님들은 뒷자리에 앉았다.

 

    뒤에 앉은 사모님들의 눈에 새로 지은 그 예배당 구조가 특이하게 보였다. 천정 바로 아래쪽 벽에 빙 둘러 네모난 구멍이 세 개씩 나 있었고 전등은 세 개씩 세트로 되어 있으니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동안에 사모님들은 “여기도 삼위일체가 수두룩하구먼.”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사모님들은 “삼위일체 목사님” 얘기가 생각이 나서 웃은 것이었는데 나중에 끝나고 나서 목사님들이 각자 자기들 뒷모습 때문에 웃은 줄 알고 꼬치꼬치 웃은 이유를 캐물으니 어쩔 수 없이 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목사님, 사모님들은 그 별명을 부르며 하루 종일 재미있게 지냈다.

 

     별명은 본인이 들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때로는 사람의 각박한 삶속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니 팍팍한 삶의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어느 금식기도원 원장님과 식사를 하는데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과 ‘김개그’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권사님들로부터 “수암 골짜기 살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 우리 교회 장로님이 어찌나 농담을 잘하는지 모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말을 하니 원장님께서 꾸중 반 칭찬 반으로 장로님에게 일침을 가했다. “장로님이 그렇게 재미있는 말씀을 많이 하시니 좋기는 하지만 좀 가려가면서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많이 웃었어요. 나야 기도원에서 웃을 일이 뭐 있나? 맨날 금식 기도한다고 그러니 웃을 일이 별로 없이 살았는데 오늘은 많이 웃어서 소화도 잘 되고 마음도 따뜻해지네요.”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필      자

 양애옥 사모

정읍시 옹동면 비봉리 산성교회  (창골산 칼럼니스트)

 ao-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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