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1771호 /지금도 후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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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스한 봄 날 저녁 때 내가 자취하고 있는 대구 비산동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골목길에서 20세 초반으로 보이는 한 아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아...하고 감탄사가 입에서 나올 번했다 하이얀 얼굴 우유 빛 살결, 날씬한 몸매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흰 부라우스를 입은 아가씨였다 그냥 슬쩍 지나치며 잠간 눈이 마주치기만 했는데 온 골목길에 향기가 가득해 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고 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람도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사랑하는 데는 몇초도 안걸릴 수 있더더니 정말 그럴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뒤 돌아 보고 싶은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가까이 사는 아가씨일까? 그냥 잠간 왔다가 다녀가는 아가씨일까? 생각하며 어느새 세든 집에 도착하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하지 말자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아가씨일 뿐이야 하며 싱긋 웃었지만 쉽게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 때 내 나이 26살 아직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지 못한 나에게는 맘에 드는 이성을 보면 관심을 가질 나이였다 나는 군 제대 후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아직 여자친구를 사귈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결혼을 전제하지 않는 이성교제는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인이 있으면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를 못했다 등록금 내기도 힘든 생활을 하였기 때문이었다.아직 이사 온지 한 달이 못된 때여서 이웃을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아가씨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자취 생활하는 셋집에는 다섯 세대가 살았는데 대구 비산동 달동내인지라 가난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리고 울타리 안에 사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총각”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학생” 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 나는 기독교 신앙에 열심이어서 울타리 안에 사는 이들에게 자주 전도를 하였고 성경이야기를 하노라면 모두가
부자들이 사는 동내에는 이웃과 대화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그곳 달 동내에는 모두가 시골처럼 서로 대화가 오가는 것이 참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사는 집 주인의 인심이 좋아서인지 항상 우리 집에는 이웃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고 주인집 마루에 걸터앉아서 온갖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슬며시 끼어들어 성경이야기나 신앙생활 이야기를 해 주었고 모두가 귀 기울여 들으며 저 총각은 말도 참 재미있게 잘하네 라고 하였다 나는 이따금씩 그분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친절도 베풀었다
그리고 한 달 쯤 지났을 때였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하여 나가는 날 막 골목길 광장 앞을 지나는 때에 그곳 조그만 의자에 앉아있는 지난 번 보았던 예쁜 그 아가씨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전히 초록빛 스컷트에 흰 부라우스를 입고 뭔가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이웃에 사는 아가씨구나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허둥대며 걸음을 제촉하였다. 그만큼 나는 용기도 없고 내성적인 성격에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못난이였다
내가 막 골목길을 벗어나려는 순간 “잠깐만요” 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놀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서 “왜 그러시지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살짝 수줍은 웃음 띤 얼굴로 머뭇거리더니 “저...교회에 다니면 마음이 편안해 지나요”? 하고 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나를 알고 있었다. 이웃에 열심 있는 신앙을 가진 대학생이 이사왔다는 것을 알고 기회를 엿보다가 나를 만난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내가 늘 이시간에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고 그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때 하나님이 나에게 전도할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했다.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 염려가 되었다 내가 그녀와 이곳에서 대화하는 것을 사람들이 보면 저 총각이 예쁜 아가씨를 꼬실려고 한다는 오해를 하지 않을 까? 교회 다니는 사람이 연애를 잘한다던데...비난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리고 한편은 내가 너무 뜻밖에 그녀의 질문을 받고 당황해서.. 그보다도 그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늘 다시 만날수 없을까 생각한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빨리 이곳을 피하고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신앙생활을 하시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그런데 저 죄송하지만 지금 빨리 가봐야 할 일이 있거든요 다음 기회에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나는 아무런 약속도 없이 그녀를 뒤로한 채 바쁜 듯이 그곳을 떠나갔다. 가면서 생각했다 바보 같은 녀석,지금 그녀의
그 날 저녁 때 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혹시 그녀가 없을가 골목길을 이리저리 살피며 그 광장앞을 지났지만 그녀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그 날 밤 나는 피곤한 몸으로 일찍 잠이 들었고 잠결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깨었다. 시계를 보니 1시가 조금 지난 후였다바로 내가 살고 있는 옆집 창문에서 나는 소리였다....아이고 그 못 된년이...그 못 된년이 그런짓을 하다니...여인의 울음소리 섞인 음성이 들렸다 나는 정신이 번쩍나서 귀를 기울였다 그 때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쎄요 그대로 달리는 열차에 뛰어 들었던 것 같아요 시신이 다 부셔졌어요” 나는 이웃에 누군가 우리 동내 옆을 가로질러 있는 경부선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나 보다 생각하며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들었다. 그리고 아침에야 확실한 소식을 들었다
바로 어제 나에게 말을 걸었던 그 예쁜 아가씨가 자살한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타는 듯한 아픔이 왔다. 어제 내가 전도를 했더라면...좋았을 것을...그랬더면 죽지 않을 것인데...아... 내가 기회를 놓쳤구나 나는 방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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