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1832호 /한 손에는 짜장 보통 한 그릇과 한 손에는 나무 젓가락을 들고

작성시간12.06.03|조회수4 목록 댓글 0

창골산 칼럼 제1832호 /한 손에는 짜장 보통 한 그릇과 한 손에는 나무 젓가락을 들고

 

  제18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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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서 이백 스물 여덟 번째 편지   

 

  손에는 짜장 보통 그릇과

                              손에는 나무 젓가락을 들고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생일 파티가 있었습니다.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은 우리들은 나름대로 비싼(?) 선물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자 친구가 혹시 선물을 보고 뭐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랬습니다.

 

   생일을 맞은 친구 집은 굉장한 부자라 같이 간 친구들은 많이 먹을 양으로 아침도 굶으며 잔뜩 기대에 찬 걸음으로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 집에 도착하니 듣던 대로 정말 보기에도 으리으리했습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보기 힘들었던 인터폰으로 집 안에 있는 친구에게 우리들이 왔노라고 떠들어 댔습니다. 대문이 철거덕 하며 열리더니 우리를 반갑게 반겨주는 것은 묶여진 사나운 개였습니다.

 

   엄청난 소리로 짖어 대는 개를 살금살금 지나 올라 가니 옆 잔디 한 가운데에는 수영장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도 한참을 가니 커다란 현관 문이 나타났습니다. 그 문이 삐끔이 열리며 친구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는 집 구경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음식 냄새가 하나도 나지를 않았습니다. 우리는 워낙 큰 집이라 음식을 해도 냄새가 나지 않나 보다 했습니다.

 

   친구는 콜라를 들고 나왔고 우리는 콜라를 마시면서 친구에게 우리들이 가지고 온 선물을 주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드디어 친구 어머니가 이층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셨습니다.  친구 어머니는 지금 외출하니까 재미 있게 놀다 가라고 말씀하시면서 음식을 시켜 났으니 맛있게 먹으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음식을 시켜 놓으셨다는 말씀에 뭐 굳이 우리들을 위해 식당에서 음식까지 주문하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꼬르륵거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기다렸습니다.

 

   조금 지나자 음식이 도착했다는 인터폰이 울렸는데 중화요리 집에서 온 철가방의 아저씨였습니다. 그런데 철가방을 들고 등장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고 그것도 그의 손에 들린 건 달랑 하나의 철가방이었습니다.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음식이 들어갔을까 하고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그 안에서 한 없이(?) 나오는 음식을 보고 그만 기절할 뻔했습니다. 배달 된 음식은 고작 짜장면 여섯 그릇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보통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한 손에는 짜장 보통 한 그릇과 한 손에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썩소(썩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서비스로 군 만두라도 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까지 씹어 먹을 수 있는 나이에, 무엇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나이에, 라면 두 개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먹어도 배고픈 나이에, 분명히 먹었는데 뒤 돌아서면 또 배고픈 나이에, 집에서도 짜장 곱빼기에 군 만두를 시켜 먹고도 동생 것에 자꾸만 슬금 슬금 눈이 가는 나이에…… 짜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점심도 일부러 굶고 갔던 우리들은 친구의 집을 나서면서 더 허기진 배(?)를 움켜 잡고 처량하게 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 생일을 맞은 친구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허망한 마음을 잡고 말 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친구 하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해서 부자가 됐구나. 그러면 우리도 저렇게 살아 부자가 한 번 돼 볼까?” 그 한 마디에 우리 모두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미래에 나름대로 부자가 되어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터덜터덜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식사 초대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외로운 이민 생활을 하면서 초대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 됩니다.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성의를 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먼저 부릅니다. 그런데 사람을 초대해 놓고 굉장히 성의가 없는 것이 눈에 보일 때면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나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며 심한 모욕감까지 들게 됩니다.

 

   우리는 아브라함과 롯을 보면서 아브라함은 신앙생활에 성공한 사람의 모델로, 롯은 신앙생활에 실패한 사람의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과 롯이 보여주는 상반된 신앙인의 모습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에 하나를 이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루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집 앞에 있는 세 사람을 보자 마자 달려 나가 내가 물을 조금 가져올 테니 당신들의 발을 씻고 잠시 쉬었다 가라고 청합니다. 그리고 떡을 조금 가져 올 테니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머물다 가라고 간청합니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가 고운 가루로 반죽하여 새로이 떡을 만들라고 종들에게 명령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짐승 떼에 달려가서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 하인에게 주며 요리하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은 음식을 만들어 버터와 우유와 함께 정성껏 그들을 대접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극진히 대접을 받은 사람들은 다름아닌 하나님과 하나님을 모신 두 천사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이렇게 매사에 정성을 다하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을 소유한 자였습니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 두 천사는 롯의 집으로 향하였고 이 두 사람을 발견한 롯은 그들에게 자신의 집에 머물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마음에도 없는 요청인줄 알았기 때문에 천사들은 그냥 길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롯의 간청에 못 이긴 천사들이 집안으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들을 대접한 것은 급히 구운 무교병과 그들이 먹던 식탁이 전부였습니다. 롯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베풀었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베풀 줄 모르는 오직 자기만 아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아브라함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성을 다하고 또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하나님께 중보 기도를 드리는 그러한 모습입니까? 아니면 롯과 같이 타인에게 베풀 줄 모르고 또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목전에 두고도 자기만 살겠다고 산이 아닌 가까운 성으로 피하게 해달라고 천사에게 간청하는 그러한 모습입니까? 아브라함과 같은 신앙인이 되느냐, 아니면 롯과 같은 신앙인이 되느냐 하는 것은 바로 나의 믿음과 그에 따르는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먼 훗날 자식들이 우리 아버지는 롯과 같은 사람이 아닌 아브라함과 같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문득 40년 전 화려한(?) 생일 잔치에 초대 받았던 5명의 친구들이 읊조렸던 우리도 한 번 부자가 돼 보자고 했던 그 말대로 그 친구들이 정말 부자가 됐는지 궁금해 집니다.  그리고 생일의 당사자인 그 친구가 지금도 그렇게 잘 살고 있는지도 사뭇 궁금해 집니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필      자

김해찬목사

호주시드니하나교회

(창골산 칼럼니스트)

hanachurchmo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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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골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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