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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일은 토요일이었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토요일은 매우 바쁜 날이다. 주일을 준비해야 하니 우린 웬만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2주 전에 <월드샤프>의 지도목사인 원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는 괴산에서 목사님인 남편과 함께 기도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월드샤프>의 창립자이자 예술 감독인 김재창 집사에게 조언과 기도와 후원으로 돕는 동역자이다. <월드샤프>가 태동하게 된 것도 그녀의 기도와 권고에 힘입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둘은 고향 친구이기도 하다.
<월드샤프>는 이미 방송에서나 인터넷에서 한국에 꽤 알려져 있다. 김재창 씨가 쓴, <기적을 노래하는 천사들>이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드샤프>는 인도 뿌네시 외곽의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카스트 계급에도 들지 못한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모아 노래를 가르치며 꿈을 갖게 해주는 음악선교단체이다.
김은 고등학교 음악교사를 하다가 퇴직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치마로사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두 군데의 유명 콩쿨에서 우승하여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 및 오페라 주역 가수로 수백 회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또한 한국에 와서 아미치 솔리스트 앙상블을 이끌며 ‘맛있는 클래식’에서 음악요리사로서, 맛깔스러운 음악해설가로서 많은 공연과 출연을 하여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고향 친구가 운영하는 기도원에서 심신을 쉬기도 할 겸, 기도도 할 겸해서 방문했다. 거기서 친구 부부와 함께 금식기도를 하는 도중 자신의 명성과 욕망을 내려놓고 이제는 여생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 번 기도하던 중, 케냐의 선교사인 목사님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요청으로 케냐에 갔다. 2006년 케냐에서 ‘지라니합창단’을 창단하여 슬럼가의 아이들을 모아 노래를 가르쳤다. 3년 만에 국제적 수준의 어린이합창단으로 성장시켜 ‘슬럼가의 기적’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그즈음, 아, 이것이었구나, 하고 그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소명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여러 가지 곡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홀로 서야 할 때임을 깨닫고 케냐음악선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원 목사님의 기도원에서 수차례 금식기도를 했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원 목사님의 권고로 난생처음 작정새벽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음악선교의 틀을 잡았다.2010년에 음악선교단체인 <월드샤프>를 창설하고 제3세계의 빈민가를 찾아가 가난과 절망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모아 음악을 통하여 꿈과 사랑과 희망을 나누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로 했다.
첫걸음으로 인도를 답사하여 뿌네 시 외곽 마을의 빈민촌 근처에 사무실을 차려 길거리에서 떠돌거나 집에서 동생을 돌보는 불가촉천민 어린이들을 모아 노래를 가르쳤다. 합창단 이름은 ‘바나나어린이합창단’이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에 아, 가난한 인도 빈민가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 이름을 땄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케냐에서도 연습 후에 바나나를 간식으로 주곤 했다고 했다. 김에게서 너무 배가 고파서 간식을 먹으려고 먼 길을 걸어 연습장에 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가끔 빵이나 과자를 주기도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안 먹고 종이에 싸서 연습이 다 끝날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아파 누워있는 동생이나 부모님에게 주려고 그런다고 했다. 6〮•25전쟁 후의 우리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합창단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그 이름은 케냐에서의 생활에서 힌트를 얻었다. 빈민가의 케냐 사람들은 땅이 있어도 무얼 심으려고 하질 않는다고 했다. 날이 더우니 나무를 심으면 금방 자라는데도, 먹을 것이 없어 늘 배고파하면서도. 케냐의 사무실 앞에 바나나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데 2~3년 후에는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어서 따먹었단다. 그 때 바나나라는 이름이 머리속에 각인되었는데 인도의 힌디어로 ‘바나나’는 ‘변화하다, 건축하다, 만들다’라는 뜻이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인도 뿌네의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잘 될 수 있을까’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어느덧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하여 바나나어린이합창단 연주를 성공리에 마쳤다.
출생신고도 안 되어있는 아이들을 출생신고를 하기부터 여권을 내기까지 수없이 많은 난관을 헤치고 인도의 꿈도 희망도 없었던 아이들을 한국에 데리고 온 것은 기적이었다. 아니,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자신의 기량을 맘껏 과시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이웃과 사회를 위한 음악’을 선택한 그가 꿈꾸는 인생 후반기가 바로 기적 중의 가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도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빌3:7~9)”는 말씀의 실제적인 삶이다.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와 가장 힘든 이들이 사는 제3세계의 빈민가를 찾아가 자신이 가진 재능, 하나님이 주신 그것, 즉 음악으로 꿈과 사랑, 희망을 나누고자 하는 그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
<월드샤프>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동역자 들이 필요하다. 동역자 들에게는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들에게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아직은 제대로 된 생활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후원자 명단을 보니 그것으로 어떻게 운영을 하나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자가 되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인도에 이어 이제는 캄보디아에서 새로이 어린이합창단을 창단하고자 계획 중이다. 부지 구입, 건물 건설 등 많은 금액이 필요한 모양이다.
20여 년 전에 그가 이탈리아로 음악공부를 하러 떠나기 전, 몇 달쯤 한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한 덕분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그의 일에 관심을 갖고 많은 기도와 적은 후원금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작년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와서 연주를 했다. 올해에는 5월 초에 와서 한 달여간 연주를 했다. 마지막으로 지도목사의 터전인 괴산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다고 꼭 와달라는 전화 연락을 받아서 바쁜 일정을 바꾸어 앞당겨 처리하고 성도들 몇 명과 함께 2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갔다.
함께 간 성도들은 장로님만 제외하고는 농부들이 아니고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살러 온 분들이었다. 농부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때이어서 감히 가자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장로님이 농부들의 대표로 참석했다. 시골에 와서 올해 처음으로 저마다 조금씩 농사를 짓기 시작한 분들이어서 자연적으로 대화는 농사짓는 얘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하여 농사꾼인 장로님이 농사의 고수로서 이런 저런 농사의 기술에 대하여 얘기를 하고 초짜 농사꾼들은 많은 새로운 농사법을 배우게 되어 좋아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3시에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가장 길게 연습한 아이가 1년 되었고, 6개월, 4개월 정도 연습한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처럼 일찍부터 음악공부를 한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의 노래연습은 기본부터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었다. 음계도 잘 모르는 아이들 중에서 한 동기의 짧은 노래를 시켜봐서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선발하여 연습시킨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오늘날에는 음악교육이 높아져서 노래 못하는 어린이 또는 어른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노래방 덕분이기도 하고 생활이 윤택해져서 일찍부터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이 태반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어릴 적에는 음악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음치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딜 가나 음치는 눈 씻고 보려 해도 눈에 잘 안 띈다. 생활이 윤택해지면 음악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맞기도 하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말이 되겠지만.
어쨌든, 바나나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맺혔다. 괴산 군수님도 오셔서 금일봉을 주시면서 인사말을 하게 되었는데 그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꿈도 희망도 없는 아이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예수를 믿어구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꿈을 알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천한 자들과 없는 자들과 약한 자들과 멸시받는 자들의 친구이셨던 예수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막간을 이용하여 후원자를 모집하는 시간이 잠간 있었다. 나는 작년에 전주에서 바나나합창단이 연주를 했을 때 후원자가 되었다. 우리 교회 성도들 중에서도 두 분이 후원자에 등록을 하는 것을 보았다.
연주가 끝나기 10분 전쯤에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연주 중에 웬 잡음인가, 했다. 연주가 끝날 때까지 소낙비는 거세게 좍좍 내렸다. 참석자들이 모두 한창 가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농촌에 사는 사람들인지라 연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연주에 화음을 더하여 주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비가 어찌나 세게 쏟아지는지 연주가 끝나고도 로비에서 기다렸다. 차로 갈 수가 없었다. 장대비였다. 차를 타지 못하고 쏟아지는 비를 보며 모두들 기뻐했다. 가뭄 끝에 하나님이 억수로 부어주시는 은혜의 단비였기 때문이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모두들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를 떠올렸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성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이 괴산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쏟아 부어 주신 비를 메마른 땅에 단비라고 언급하였다. 바나나합창단의 연주가 또한 우리들 심령에 은혜의 단비가 되었음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뭄이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들었다. 특히, 북한에서는 50년만의 가뭄을 당하여 북한 주민이 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한다. 예로부터 나라에 큰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왕이 굵은 베옷을 입고 땅바닥에 엎드려 하늘에 빌고 회개했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히 회개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정치를 잘하는 사람으로 바꾸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니, 북한뿐만이 아니다. 남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저기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남한의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속히 바른 마음을 갖고 백성들의 아픔과 어려움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고 바란다.
자고로 옳은 정치란 아랫사람들이 편안히 살도록 해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몇 사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천하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 또한 가난한 나라에 가서 천대받고 멸시받고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을 전해주어 그 안에서 꿈과 희망을 찾도록 해 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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