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1900호 /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

작성시간12.09.04|조회수8 목록 댓글 0

창골산 칼럼 제1900호 /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

 

  제19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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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

 

 

 

 

 

    2012년 8월 20~21일에 경남 통영시 사량도 외지교회에서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를 가졌다. <102 필로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소속의 신학대학원 혹은 신학원 102회 학생들 중에서 재학 당시 40세 이상의 동료들이 만든 모임의 명칭이다. 그들은 40세 이후에 신대원 또는 신학원에 들어가 늦깎이로 목사가 되기 위하여 피나는 공부를 했다. 기억력도 감퇴하고 창의력도 쇠한 나이에 젊은 청년들과 더불어 매 시간 주어진 과제와 시험을 대비하느라 힘들어서 병든 자들도 있다.

 

    재학시절에는 우리나라에 곳곳마다 교회가 들어서 있어 개척할 곳도 없고, 졸업한 후에 청빙해줄 목회지도 없는 늦깎이 목사의 고뇌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자들의 모임이었다. 이제 그들이 신대원 혹은 신학원을 졸업한 후 목사 안수를 받은 지 2년째이다. 그동안 저마다 부지런히 사역을 찾았다. 어떤 이는 교회를 개척하고, 어떤 이는 선교사로 나가고, 어떤 이는 작은 시골 교회에 부임을 했다. 그러나 아직 임지가 없어 대기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1회는 전북 정읍시 옹동면에 소재한 45년쯤의 역사를 가진 산성교회에서, 2회는 부산에 있는 개척교회인 샤론교회에서, 3회는 충남 금산읍 재원면에 소재한 구상교회에서, 그리고 4회는 경남 통영시 사량도에 있는 외지교회에서 여름수련회를 열었다. 부부 혹은 자녀들까지 참석할 수 있다. 대개 30여 명이 참석한다. 올해는 목사님 14명, 사모님 11명, 자녀 5명해서 총 인원 30명이었다.

 

    1박 2일이므로 시간 계획이 있어야 한다. 첫날 점심때부터 모이기 시작하여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첫날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사모님들은 식사준비를 하고 목사님들은 주변정리 및 예배준비를 한다. 5시에 개회예배를 드리고, 6시에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휴식시간에는 목사님들은 목사님들끼리, 사모님들은 사모님들끼리 그간의 목회에 관한 간증, 정보를 공유한다. 8시부터 10시까지는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 자리에 모여서 유쾌한 시간을 갖는다. 레크리에이션 시간 후에 경품권 뽑기를 하고, 몇 분의 목회사례를 듣고 나면 거의 11시가 된다. 대충 씻고, 자거나, 삼삼오오 모여 기도회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새벽이 온다. 다음 날 5시에 새벽기도회를 하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부터 오전에는 동네 이장님 배를 세내어 바다낚시를 간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이어서 폐회예배를 드리고 사진촬영을 한 다음 각자 짐을 챙겨 집으로 출발한다.

 

    굉장히 피곤한 수련회이다. 허나 필로스 회원들에게는 꼭 필요한 수련회이다. 필로스 회원 목사님의 교회에서 하기 때문에 시설이 열악하다. 장소는 협소하고, 물은 부족하며, 덥고 불편한 것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당시에는 엄청 고생스럽고 불편한데도 끝나고 집에 오면 좋은 추억만 많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참 놀랍다. 나는 거의 해마다 참석했는데 일 년에 한 번이지만 비슷한 형편의 목회자들이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고 성공담과 실패담을 털어놓으면서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고 정화되는 것을 보아왔다.

 

    특별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이는 목회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늦깎이 목회자에게는 특별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음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 저마다 목회자가 되기 전에는 사업가요, 공무원이요, 회사원이요, 기술자요, 자영업자요, 농부였다. 인생의 후반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쓰시려고 부르셨다. 어떤 이는 젊은 나이에 부르셨으나 요나처럼 딴 길로 갔다가 결국은 중년이 넘어서야 부르심에 응하여 고생을 엄청 하는 자들도 있다.

 

   필로스 회원들을 보노라면 대체로 목회 기간이 짧은 탓인지 불타는 사명감과 뚜렷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며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을 갖고 있다. 그 나이에 목회자가 되려고 준비하는 동안 하나님은 그를 낮추시고 낮추셔서 납작 엎드리게 하셨다. 또한 열악한 목회 현실은 그를 더욱 더 낮추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목회자가 아닌 사람들은 목회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가시밭길인가를 다 알 수는 없으리라. 그 길은 눈물 없이는 갈 수 없는 길, 외롭고 쓸쓸한 길, 땀과 피를 흘리지 않고는 다다를 수 없는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물론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만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길을 왜 가는가? 그 이유는 하나이다. 사랑 때문이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 예수님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주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돌보라고 부탁하신 주님의 양떼들을 향한 사랑, 성령님이 강권적으로 역사하는 영혼 사랑 때문이다.

 

   필로스 회원들의 삶에 가난은 필수이다. 어쩌면 일 년에 한 번 있는 여름수련회에 여비가 없어서 올 수 없는 목사님들도 있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60세가 넘은 목사님의 사모님의 얘기를 들었다. 젊어서 하나님이 부르셔서 신학을 하다가 아이들 교육 문제, 가족들의 경제 문제 등으로 잠시 미루고 사업을 해서 돈 좀 번 후에 하려고 사업을 했으나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빚만 더 지게 되었다. 결국 50대가 넘어 다시 신학을 해서 60대에 목사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60대 목사가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아직도 목회지가 없어서 기도하는 중이다. 어느 교회에서 청빙할리는 만무인지라 개척을 하고자 하는데 건물을 얻을 돈 500만원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목사님은 40대 후반인데 그나마 개척할 형편이 못되어 어느 교회에 청빙받기를 기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외지교회 목사님은 정종규 목사님이다. 그는 서울 ○○교회 장로였으며 공무원으로 사무관까지 이른 후에 은퇴하였다. 그도 젊은 나이에 부르심이 있었으나 어찌어찌하다가 결국은 60이 넘어서 공직을 은퇴한 후에야 총신 신대원에 입학하였다. 그가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2010년 10월이었고 목회를 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2년 남짓이었다. 그는 가장 외진 곳 섬마을의 미자립교회인 외지교회에 부임하여 2013년 4월이면 은퇴를 해야 한다. 외지교회당은 얼마 전에도 나의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조립식으로 지어져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교회당이었다.

 

   섬이라서 늘 습기가 차서 모든 것이 소금기로 축축했다. 게다가 날림으로 지어진 건물이라서 찬바람이 휘몰아치면 덜컹거렸고 부대시설은 열악했다. 정 목사님 부부는 서울에서 상당히 안락하고 편안하고 부족함 없이 살아왔는데 만년에 주님의 고난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사는 산 증거를 맛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일오전예배에 10~15명이 참석하는 소규모의 교회, 사모님이 친히 중식을 제공해야 하는 교회, 그나마 연세가 많으니 시시때때로 병원으로, 자식들에게로 가서 어느 때에는 교회가 텅 비는 상황이 있기도 한다. 정말이지 작은 교회에서는 한 성도가 얼마나 귀한지…… 예배 때 한 성도의 존재감이 엄청 크다.

 

   정 목사님은 외지교회에 부임하자마자 하나님이 자신을 그 교회로 보내신 뜻을 깨달았다. 바로 교회 건축이었다. 물론 그 교회에는 교회 건축을 위한 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정 목사님은 자신은 2~3년 후면 떠나지만 다음에 오실 목사님과 성도들을 위해 교회를 새로 짓기로 했다. 서울의 큰 교회 장로였고, 지인들이 대부분 성도들이었기에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많았고 본인과 가족친지들의 재력의 도움도 컸다. 올해(2012년) 4월부터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예배당과 사택을 합쳐 60평을 깨끗하게 새로 지었다.

 

   그러나 아직 부대시설은 없다. 교회 주방이며 식당, 창고 등을 더 지어야 한다. 은퇴하기 전에 모든 필요한 부대시설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목사님의 바람이다.사모님은 2년 사이에 섬사람이 다 되어 있었다. 옷은 마을사람들과 같은 헐렁한 몸빼바지에 꽃무늬 셔츠, 머리는 성도들과 같은 수준의 꼬불꼬불한 파마머리, 편한 슬리퍼를 신고 이곳저곳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 목사님 부부는 필로스 회원 중 가장 연장자이다. 그러나 그 부부는 40~50대 후배 목사님 부부와 동류로서 손색이 없다. 나이든 태가 안 난다. 그만큼 마음이 젊다는 얘기이다.

 

   사모님은 회계부에서 사간 재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그 마을 이장님이 직접 자기 배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로 매 끼 식사 준비를 친히 하셨다. 첫날 점심은 그곳에서 나는 장어로 끓인 장어탕과 삶은 홍합, 저녁에는 삶은 돼지고기 수육, 다음 날 아침에는 전복죽, 점심에는 멍게 새싹 비빔밥이었다. 오랜만에 그동안 배곯은 목사님들이 부족한 영양을 충분히 보강하였다. 모두 몸무게가 1~2kg씩 늘어난 것 같아 보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첫날 도착하자마자 수돗물이 안 나왔다. 처음에는 찔끔찔끔 나오더니 이내 멈춰버렸다. 여름이라서 30여 명이 식수로, 샤워로 써야 할 물이 많이 필요한데 사택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안 나왔다. 그곳은 얼마 전에 수도 공사를 했는데 아직 공공 수도는 안 나오고 지금까지 썼던 방법은 마을이 공동으로 샘에다 모터를 달아서 물탱크에 올려 각 집에 수도파이프를 연결하여 물을 공급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물이 부족하여 조금만 많이 사용한다 하면 모터에 과부하가 일어나서 물이 멈춘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10미터쯤에 마을의 공동우물이 있었다. 목사님들이 교대로 물을 길어다 주어 겨우 식사준비를 했다. 덥다고 낮에 씻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참고 또 참았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잘 시간이 되어 사모님들은 공동우물로 샤워를 하러 갔다. 어렸을 적에 여름밤이면 마을의 공동우물에서 여자들끼리 모여 낄낄거리며 목욕을 하던 일이 생각났다. 한 사람은 두레박으로 물을 긷고, 한 사람은 바가지로 물을 퍼주고, 한 사람은 옷을 홀라당 벗고 목욕을 했다. 체면이고 위신이고 품위를 따질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는 그저 옛날의 시골 아낙네들이 되었다. 하루 종일 흘린 땀 때문에 도저히 씻지 않고는 잘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 마을에는 대부분이 노인들이고 그나마 몇몇은 병원에 혹은 자녀들 집에 가 있어서 몰래 구경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여간에 가장 즐거운 추억거리를 하나 가슴에 품게 되었다.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언급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임원 목사님들이 나더러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두어 달 전부터 나는 고심을 하면서 레크리에이션을 구상했다. 2시간 정도를 진행해야 하고, 뭐니뭐니해도 재미있어야 하고, 유익해야 하므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날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묘사하자면 이렇다.

 

   참석자는 26명이었다. 먼저 네 모둠으로 나눴다. 모둠마다 이름을 짓고 모둠 우두머리를 뽑게 했다. 모둠 이름은 핫썬, 이박사, 차공주, 기쁨조였다. 왜 그런 이름들이 지어졌는지는 그들만 안다. 그다지 성경적이거나 신앙적인 이름은 없었다. 나는 그런 이름을 기대했던가?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모둠의 이름을 보았을 때 생뚱맞아 보였으니까. 어쨌든, 레크리에이션이니까 이름이야 뭐라도 좋다.

 

    그러나 내가 레크리에이션을 구상할 때에는 참석자들이 목사님 부부라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반반씩 섞었다. 4라운드를 진행하는데 1라운드는 성경구절을 읽고 성경 이름 알아맞히기, 2라운드는 성경구절의 빈칸 채우기, 3라운드는 유머 대결, 4라운드는 풍선 터트리기 시합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경품권을 추첨하는데 이긴 모둠부터 경품을 추첨하기로 한 것이다. 경품은 참석자 한 사람당 하나씩 가져오기로 했다. 모두 39점의 경품이 모아졌다. 그러므로 일등과 이등 모둠은 두 번 경품을 추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진 못했다.

 

   모두 단체 시합이다. 1라운드는 5개씩의 성경구절을 가져다가 함께 읽으며 머리를 모아 이름을 적는 것이다. 2라운드도 5개의 성경구절을 가져다가 빈칸을 채우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아니, 시방 이거 성경고사 아녀?” 신대원 1학년 때 진땀 흘렸던 성경고사에 관한 공포가 아직도 다 가시지 않았는데 여름수련회에 와서도 성경문제를 풀다니, 하고 불평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나중에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성경문제 푸는 것이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제야 위로를 받았다. 끝나고 나서 회장님이 “참 어려운 일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이 일은 생색도 안 나고 어려운 일인데 말없이 잘 맡아 준비하고 진행해줘서 필로스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목사님이 “잘못하면 지청구를 듣고 잘해봐야 겨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는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님은 “엄청 많이 연구했더구먼요”라고 했다.

 

   3라운드에서는 내가 워드로 쳐온 유머를 가지고 모둠별로 실연을 해서 누가 더 재미있게 하는가를 대결하고자 했는데 세 개만 하고 더 이상 원하지 않아 중도에서 끝냈다. 역시나 목사님, 사모님들은 유머 감각은 좀 미약한 면이 있었다. 4라운드는 모둠별로 풍선 터트리기를 했다. 몸도 풀고 저녁 과식한 것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운동을 하도록 배려했다. 시간은 화살과 같이 지나갔다.

 

    그쯤해서 레크리에이션은 마치고 이어서 경품 추첨 시간이 되었다. 경품을 추첨하는 번호마다 미션이 있었다. 미션을 수행해야만 경품을 타갈 수 있었다. 미션은 ‘찬송 부르기, 율동 하기, 자기 자랑 세 가지 하기, 배우자 자랑 세 가지 하기, 자기 교회 자랑 세 가지 하기, 자녀 자랑 세 가지 하기, 배우자와 결혼하게 된 이유 말하기, 재미있는 에피소드 말하기, 가장 기뻤던 일 말하기, 가장 슬펐던 일 말하기’ 등이었다. 배우자 자랑 세 가지와 결혼한 이유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어서 두 목사님의 10분 간증을 들었다.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많이 웃고, 많이 공감했으며, 많이 감동 받았다. 즐거운 <102 필로스 여름수련회>를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잘 마치고 내년을 기약하며 다음 날 오후 1시 45분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필      자

 양애옥 사모

정읍시 옹동면 비봉리 산성교회 

 (창골산 칼럼니스트)

 ao-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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