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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요즘 정치계에는 검증작업이 한창입니다.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찾아 욕보이려는 의도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는 흑색선전과는 다릅니다. 문제는 오늘날 검증의 잣대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라도 검증의 요구 앞에서 자신의 당당함을 증명할 수 있도록 살아야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의 연약함과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게 옳습니다. 만일 검증의 요구를 모르쇠 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포장코자 검증자체를 비난한다면 이는 흑색선전 못잖은 부끄럼이라 하겠습니다.
인생은 정말 약한 존재입니다. 누구나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부끄러운 일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알고도 그런다면 대책 없는 인생이지만 모르고 그럴 경우에는 서로가 일깨우는 게 옳습니다. 이러한 예는 의외로 많습니다. 남들이 자기 흉을 보는 지도 모른 채 그들 앞에서 자화자찬하는 이들, 자신은 좁은 길을 마다하고 넓은 길을 내달리면서도 좁은 길의 영광을 노래하는 이들, 평생 자기가 교회의 주인 노릇 다 하면서 섬긴다는 말을 즐기는 중직자들, 이웃에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면서 결국은 교회영광을 가로막는 이들, 자신은 전혀 반전의 삶을 살지 않으면서 대박의 꿈을 꾸는 이들, 배우자의 자존심을 짓밟으면서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노래하는 이들, 자신이 늘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누군가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이들 등등,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너와 나만의 일도 아닙니다. 타락한 인생, 연약한 인생으로선 피치 못할 부끄러운 단면 일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성도라면, 그리스도의 형상을 드러내야 할 사명을 가졌다면, 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끄러움의 핵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비록 그렇게 살지 못하더라도 자인하면 아름답지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계속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부끄러움도 있습니다. 성도들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너무 보잘것없이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먼저 보혈로 값 주고 산 바 된 그 영혼이 천하보다 귀합니다. 성령께서 친히 거하시는 우리의 육체도 거룩한 그릇입니다. 하나님이 설계해주신 내 가정도 아름답고, 하나님이 직접 섬기게 하신 내 교회도 값지고 하나님말씀을 증거 하도록 세워주신 내 목회자도 존귀합니다. 빼어난 배우자여서 좋고 유명한 교회여서 좋고 탁월한 목회자여서 좋은 것 말고, 그냥 그 자체로서도 숨 막히도록 가슴 벅찬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허락하신 삶의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발 디디고 선 환경도 귀합니다. 내가 선 곳이 우주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호흡하는 오늘의 시간도 중요합니다. 오늘보다 절실한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내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길 줄 아느냐에 달려있지 결코 환경에 달려있는 것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짓밟는다면 그보다 더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부끄러움은 뜻밖에도 우리의 일상 언어표현에도 묻어 있습니다. 말과 몸짓의 표현은 우리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요즘 후임목회자 청빙할 때 요구되는 제반 서식 중에 ‘목회철학을 기술하라’는 교회도 있다고들 합니다. 저도 가끔씩 뜻있는 외부 인들로부터 ‘목사님의 목회철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도 받습니다. 그만큼 ‘목회철학’은 엄청난 대접을 받습니다. 솔직히 목회철학이 대접 받는 게 아니라 ‘철학’이 대접을 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철학이 아무리 깊이 있고 폭넓은 학문이라 한들 굳이 목회에 철학이란 용어의 포장이 필요합니까?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데 무슨 철학의 도움이 필요합니까? 목회소신이란 말보다 철학이란 말을 붙이면 목회가 더욱 빛납니까? 사실 스스로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 목회엔 철학이 없습니다. 그러나 더욱 부끄러운 것은 ‘철학’이란 용어의 남용입니다.
바로선장로교회 남웅기 목사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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