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골산 칼럼 제2002호 /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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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목사이지만 가끔 불가피하게 건축 일을 할 때가 있다. 집 짓는 기술을 갖고 있는 그는 어떤 성도의 부탁을 외면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건축업자에게 맡길 정도의 일은 아니고 넉넉한 자금을 갖고 있지 못한 경우에 집은 쇠락하여 무너져 가고 있을 때 남편은 열일을 제쳐두고 다시 연장을 손에 든다. 나는 그럴 때마다 뒤에서 바가지를 긁을 뿐 그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건축 기술을 갖고 있는 그는 가끔 두 가지 면에서 교회의 일꾼을 집의 기둥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하나는 집에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기둥들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적절한 수의 기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군대에서 각자가 가진 적성과 특기가 무시된 채 아무 데나 무작위로 배치되어 22개월 동안 자기의 적성이나 특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서툴음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교회에서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아 파묻어둔 달란트가 되는 수가 더러 있다. 교회에서는 성도의 달란트에 맞는 일이 맡겨져 즐거운 마음과 자원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면 좋다. 또 큰 교회에는 너무 많은 일꾼들이 있어 정작 봉사하고 싶어도 일할 만한 자리가 없어 재능이 썩는 일이 있는데 반하여, 작은 교회에서는 일꾼이 없어 목회자 혼자서 거의 모든 짐을 지고 허우적거리는 일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서 적절히 사용되어져야 한다. 많은 능력을 받은 자가 있는가 하면 적은 능력을 받은 자가 있다. 큰 능력을 받았든지 작은 능력을 받았든지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니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하여야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큰 능력을 받은 자라고 우쭐댈 것도 없고 작은 능력을 받았다고 실망할 것도 없다. 하나님은 일의 크기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일을 했는가로 평가하실 것이다.
우리 교회는 농촌의 두 개의 리 단위(비봉리, 산성리) 10마을을 아우르는 교회이다. 농촌교회치고는 꽤 구역이 넓은 편이다. 한 마을을 대상으로 목회를 해야 하는 형편인 작은 교회도 매우 많은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남편의 친구인 Y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는 한 마을 교회이다. 한 마을 모두 합해 30여 가구, 총 인구 40~50명, 100% 복음화해도 미 자립 교회를 벗어날 수 없는 규모이다.
그래도 Y목사는 잘 나가는 사업을 접고, 자기의 처분한 사업 자금으로 이전 목사가 시무할 때 진 빚을 떠안고 그 교회의 청빙을 받아들였다. 왜? 그 이유는, 주님이 기뻐하실 것이므로, 목회자로 세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앎으로이다.
요한계시록 2~3장에는 그 당시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 나온다. 그 중 두 교회, 즉 서머나 교회와 빌라델비아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내용에는 칭찬만 있고 책망이 없다. 두 교회는 육신의 눈으로 보면 너무도 빈약한 교회들이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부요한 교회들이었다. 성도들의 눈에서 주님의 위로와 칭찬으로 인하여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환난과 궁핍 속에서 복음을 위하여 흘린 눈물이 다 씻어졌을 듯하다.
시골교회에는 대부분 시무장로가 없어 위임식을 치르지 못한 무임목사(임시목사)가 시무한다. 무임목사란 목회지가 없는 목사와 위임식을 치르지 못한 목사를 뜻한다. 여기서는 후자를 말한다. 무임목사와 위임목사라는 구별이 중요한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이 정해놓은 법이다. 물론 사람이 정해놓은 법도 필요하고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작은 교회는 시무장로가 없는 교회이다.
우리나라에는 무임목사가 위임목사보다 더 많고, 미 자립 교회가 자립 교회보다 더 많다. 내가 아는 어느 목사님은 2년 전에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공동회에서 위임목사로 취임하기를 바라는 찬성표 98.4%를 얻었다. 그러나 유효기간 2년이 지나도록 위임목사 취임을 하지 않았다. 위임목사냐 무임목사냐 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라고 했다.
위임목사와 무임목사에는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던 중 박학다식한 어느 목사님이 말했다. “무임목사는 노회나 총회 임역원이 될 수 없지요.”목사 위임식을 안 한다고 선언한 그가 말했다.“잘됐군요. 늦깎이 목사가 되어 우리 교회 목회하기도 벅찬데 어느 세월에 노회나 총회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 교회는 오랫동안 여자 성도 일꾼은 많았는데 남자 성도 일꾼이 부족했다. 교회 일에 남자는 지금 장로님이신 한 분만이 참여했다. 그리하여 10여 년 동안 힘든 일을 할 때마다 목사님과 장로님 둘이서 수고를 했다. 세월은 흘러 장로님은 이제 은퇴할 날이 가깝다. 70세가 넘으신 장로님은 예전처럼 힘든 일을 할 수 없다. 목사님 혼자 무거운 것을 운반하고 힘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여자 성도들은 늘 기도할 때마다 ‘젊은 남자 성도 일꾼을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어쨌든 올해(2012년)에 젊은 남자 성도가 몇 명 늘었다. 그리하여 새벽기도회, 금요일 밤 기도회, 수요일 밤 예배 등에 장로님 외에도 간혹 남자 성도님이 참석하게 되어 큰 힘이 되었다. 권사님들은 젊은 남자 성도를 남동생 대하듯이 귀여워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50대, 60대 성도들은 시골교회가 지워주는 짐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주일 오전 예배, 주일 오후 예배, 수요일 밤 예배, 금요일 밤 기도회, 새벽기도회 일곱 번 해서 일주일에 총 열 한 번의 예배 참석, 게다가 교회의 온갖 봉사 일에 투여되어야 하니 이 바쁜 세상에서 어찌 다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한탄을 하지는 않는지…… 어느 때에는 며칠이 지나도록 교회에서 그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사업상 바쁜 일이 있겠지, 피치 못할 무슨 급한 용무가 있겠지 하면서도 예배에 꼭 참석해야 할 성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강단에 선 목회자는 긴장을 한다.
나의 글은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니 이해하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나는 시골교회 목회의 현장을 사실 그대로 소개하여 은혜를 나누고자 할 뿐이다. 말과 달리 글이란 때로는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소통이 잘못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일 년 넘게 나의 글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느꼈다. 물론 말도 화자와 청자 간에 완전한 소통을 주고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각설하고, 우리 교회의 일꾼 몇 명을 소개하고 싶다. ‘아내 자랑하는 자는 팔불출이다’라는 말이 있다. 목회자가 자기 교회 성도 자랑하는 것은 뭘까? 역시 팔불출일까? 아닐 것이다. 그저 내세울 것 없는 시골 목회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하고 예쁘게 봐주기 바랄 뿐이다.
첫째, 우리 교회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여전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J권사님과 여전도회 회계를 맡고 있는 H권사님이 있다.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장기집권 운운 하겠지만, 그들이 여전도회 회장과 여전도회 회계를 계속 맡는 것은 본인들의 뜻이 아니다. 그건 시골교회의 실정을 아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이 80대이고 70대가 젊은 축에 드는 여전도회에 해마다 회장이나 회계를 바꿔할 수 있는 일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좀 더 젊은 40~50대 여 성도들은 일인 4역, 5역을 해야 하는 농촌생활에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어 그 직책을 맡을 수 없다. 그들은 교회의 주방 살림을 총책임지고 있다. 여기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다.
둘째, K장로님이다. 그는 장로님이지만 우리 교회의 운전사요, 심부름꾼이다. 열 한 번의 예배에 모두 참석하시고 주일과 수요일에 교회 봉고차 운전을 하신다. 주일 오전 예배 대표기도를 하신다. 여전도회 연합회에 갈 때 운전을 해주시고, 목사님이 연장통 들고 성도 집에 봉사하러 가면 동행하신다. 교회 청소, 교회 수리 등에 솔선수범하신다.
셋째, 40대 중반의 여자 집사님이 있다. 우리 교회에서 가장 젊은 성도는 아니지만 기둥 같은 일꾼으로서는 가장 젊은 편이다. 그는 우리 교회 재정 회계요, 찬양대원이요, 주일학교 교사요, 주일 오후 예배 때 찬양 인도자요, 주일 중식 담당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맡아 수고하는 일꾼들이 많다. 아무도 몰래 토요일에 교회 안팎을 청소하는 집사님, 교회 수리를 할 때마다 자기 집 연장을 챙겨 와서 목사님과 함께 묵묵히 봉사하는 집사님, 주일마다 정성을 다해 맛있는 점심식사를 준비하여 성도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5명의 여 성도님들, 왼 손이 모르게 오른 손으로 아름다운 꽃을 사다 강단을 꾸미는 집사님, 선교비나 구제비로 쓰라고 익명으로 통장에 헌금을 보내주는 성도님. 일일이 다 말하자면 자랑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지면이 부족할 것이므로 여기서 마치는 게 좋으리라.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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