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 ‘개망신’ 등에 쓰이는 ‘개’에 대하여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말 중에
요즘 아이들이 쓰는 표현 중에 ‘완전 개맛’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고생’, ‘개망신’ 등에서 쓰는 방식으로 이해를 하자면
맛이 아주 엉망인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 됩니다.
그러나 요즘의 청소년들은 정반대의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나 먹을 것의 맛이 너무 좋아서 감탄을 할 정도가 되었을 때
‘개맛이다’를 연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발상은 ‘가짜’를 ‘짜가’라고 발음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렇게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고도 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표현이 더 많기 때문에
이것의 정확한 뜻을 이해해 둘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개’는 ‘참’과 대칭되는 접두어입니다.
이 말은
첫째,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질이 떨어지거나 별로 좋지 않은 상태를 강조함.
둘째, 역시 일부의 명사 앞에 붙어서 쓸데 없다는 뜻을 강조하여 더하는 구실을 함.
셋째, 완전히 부정적인 뜻을 가지는 일부의 명사 앞에 붙어서 부정적인 정도가 한층 심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나타내는 접두사.
등으로 쓰입니다.
‘개꿀’, ‘개살구’, ‘개철쭉’ 등은 첫 번째 경우이고,
‘개나발’, ‘개죽음’, ‘개수작’ 등은 두 번째 경우입니다.
그리고
‘개망신’, ‘개고생’, ‘개망나니’, ‘개잡놈’ 등은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표현에는 ‘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돌배’, ‘돌미역’, ‘돌조개’ 등의 표현에서 보입니다.
한편,
‘참’이란 말은
첫째,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진짜 또는 진실 된, 올바른 등의 뜻을 강조하면서 더해주는 접두사.
둘째, 일부 명사 앞에 와서 표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뜻을 강조하는 것으로 쓰임.
‘참사랑’, ‘참뜻’ 등은 첫 번째 경우이고,
‘참숯’, ‘참먹’ 등은 두 번째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것에서 출발한 ‘개’라는 말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주 좋은’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하니
발상이 참신하다고 해야 할지,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행위라고 해야 할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여러분들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덧붙여야할 것이 있습니다.
'개판'이란 표현의 경우는 약간 다른 의견이 있어서입니다.
'개판'의 '개'는 한자어로 연다는 뜻을 가지는 '開'이고
'판'은 '板'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전쟁 때 피난살이를 할 때의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피난을 다니면서 고생을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였는데,
밥이 다 돼어갈 때 즈음이면
이제 오분 뒤면 밥 두껑을 열 것이니 준비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허기와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함꺼번에 모여들어서
난장판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생긴 말이 바로
'개판 오분 전'이라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즉 밥 뚜껑을 열기 오분 전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지요.
성조를 따져서 발음한다면
이 경우는 개-판이 아니라
개: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알아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덧 붙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깨비 작성시간 13.07.31 어쩌다 들러 수박 겉할기 했는데 점점 내용속에 빠져 듭니다.
가끔은 대놓고 할 수 있는 부정적 표현들에 청량감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에도 알것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권민정 작성시간 13.08.08 젋은층들의 언어. 거칠긴 하지만 접두사 '개'와 관련된 개멋지다 같은 말들은 어느정도 공감해 주어도 괜찮다 여겨집니다.'개'가 멍멍개의 의미가 아닌 질이 좀 떨어지는 부정적의미지만 욕설과는 좀 다르지 않나요? 저도 첨엔 '허걱!'했지만, 부정적의미가 아닌 긍정적의미로 사용되는 그 접두사를 긍정적으로 이미지화하여 받아들이니 크게 나쁘다는 생각만 들진 않더라구요. 어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적인 이미지가 젊은층과의 단절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있기도 하겠지요.부정을 긍정으로 바뀌어 사용되는 것이 좀 야릇하기는 하지만, 언어의 사회적 변화에 적절한 공감과 바른 의미 전달해주며 함께 순화할 수 있다면 더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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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제네시스 작성시간 13.08.22 모르고 쓰는 우리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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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미사 작성시간 14.04.21 아~~사실 저도 멍멍이인줄 알았는데 개판, 개고생, 개판오분전이란 말이 우리 선조들의 아픈사연인줄 몰랐네요.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어요. -
작성자김정미 작성시간 22.07.30 "개쩐다"라는 표현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때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