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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문화사

땅이름문화사(14)-아현(동)

작성자無時不習|작성시간26.06.05|조회수27 목록 댓글 3

땅이름문화사(14)-아현(阿峴)

 

조선 시대 도읍지였던 한양의 행정, 군사 조직 단위 중의 하나였던 아현계(阿峴契)와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있는 법정동인 아현동 등의 명칭은 모두 ‘아현(阿峴)’이라는 고개 이름을 근거로 한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아현’이 조선 시대부터 상당히 중요한 구실을 하던 고개였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애오개’라고도 했는데, 이 이름들에 대한 해석이 매우 다양해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현’은 한자 표기인 것이 분명한데, 우리말을 한자식으로 표기했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면서 아이(兒)와 관련된 고개라는 주장, 작다는 뜻을 가진 ‘애’와 ‘고개’가 결합 되었다는 주장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들은 논리적 근거가 매우 빈약해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阿’가 ‘아이’나 ‘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근거나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현’이라는 지명의 뜻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론적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정설이 없는 셈이 된다.

 

이 땅이름에 대한 이해에서 핵심임과 동시에 문제가 되는 것은 ‘阿’이다. 이 글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자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阿’는 ‘아이’라는 우리말에서 앞의 글자만을 한자어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아이’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 둘째, 접사인 ‘애’는 작다는 뜻도 있기 때문에 작은 고개를 지칭해서 ‘애오개(애고개)’라고 하던 것을 한자화한 것이라는 견해, 셋째, 서소문으로 아이 시신이 나갔고 마포 방향의 언덕배기에 묻었으므로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 의견, 넷째, 북한산 주봉이 아이를 업은 모양이라서 부아악(負兒岳)이라고 했는데, 아이가 달아나려는 형국이어서 떡을 주어 달래기 위해 고개의 이름을 병시현(餠市峴)으로 지었다가 그것이 아현(兒峴)으로 되어서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민간 어원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나 이론적 바탕이 될 근거가 존재하지 않거나 부족하므로 주관적이면서 일방적인 견해로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주장들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오류는 ‘阿’를 ‘兒’와 같다고 보아 우리말인 ‘애(아이, 작은)’와 연관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阿’가 가진 뜻을 올바르게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성자(形聲字)인 ‘阿’는 뜻 부분(義)을 담당하면서 언덕을 지칭하는 ‘阜(언덕 부)’와 소리 부분(聲)을 담당하는 ‘可(옳을 가)’가 결합한 글자인데, 큰 언덕(大陵), 혹은 큰 흙산(大的土山)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이 글자는 후대로 가면서 쓰임이 점차 넓어졌는데, 움푹 들어간 곳이면서 곡선으로 되어 있는 곳(凹曲處), 물가(水邊), 산비탈(山坡) 등의 뜻을 가지는 것으로 용도가 확대되었다. 이것은 ‘阿峴’이라는 땅이름에서 ‘阿’가 ‘물가’, 혹은 ‘푹 들어간 곳’이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왜냐하면 ‘아현’이라는 고개의 본질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阿’이기 때문이다. 한강과 맞닿아 있는 포구인 마포(麻浦)에서 서대문을 거쳐 도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고개가 바로 아현인데, ‘阿’를 써서 이 땅의 성질을 규정했다고 할 수 있다.

 

‘峴(고개 현)’은 ‘山(뫼 산)’과 ‘見(보일 견)’이 합쳐져서 형성된 글자인데, 작으면서 험한 고개, 가파른 고개,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곳(재) 등의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峴’은 좀 가파르고 높으면서 나름대로 험한 고개(재)를 가리키는 글자가 된다. 조선 시대 기록에는 아현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여겼던 ‘만리재’도 ‘萬里峴’이라고 했던 데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현’은 한강 포구에서 직선거리로 2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므로 물가에 있는 고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기는 하다. 우리말로는 ‘애오개’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많은 오해를 낳았던 것으로 보인다. ‘애’를 ‘아이(兒)’가 줄어서 된 말이라고 생각하여 모든 해석을 이것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개의 이름을 굳이 ‘아이’와 관련이 있는 이름으로 풀이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대부분의 땅이름은 해당 공간이 가지고 있는 지형적 특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애오개’를 순우리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의견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애+고개’에서 애+오개’로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인데, 한자와 우리말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표현일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애’는 ‘涯(물가 애)’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이것은 물과 땅이 맞닿은 곳이면서 높고 험한 절벽처럼 되어 있는 언덕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글자는 물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면서 벼랑처럼 울퉁불퉁한 지형을 가리키는 것이 핵심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보았을 때 해당 고개를 나타내는 명칭으로는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국가의 공식적인 지명을 ‘아현’으로 정했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마포(麻浦)’라는 지명에서는 식물인 ‘삼(麻)’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麻’는 ‘삼’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표면이 거친’, ‘고르지 못한’ 등의 뜻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즉, 마포는 한강 물이 밤섬과 여의도에 막혀 휘감아 들면서 강바닥과 물가의 땅을 파서 깊은 호수(西湖)를 만들어낸 지점에 생긴 포구로 물가의 땅이 절벽에 가까운 낭떠러지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마포’를 우리말로 하면 ‘낭비탈 개’가 될 것이다. ‘낭비탈’은 깎아지른 듯하게 높이 솟아서 가파른 산비탈이나 벼랑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마포는 한강에서 한양 도심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의 입구인 데다가 그 앞은 서호(西湖)라 불릴 정도로 물이 깊고 고요해서 배를 대기가 좋았기 때문에 물류 집산지로 번창할 수 있었다.

 

이런 마포에서 도성 쪽을 바라보았을 때 ‘애오개’는 한강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고개이므로 한자 표기로는 ‘阿’가 가장 적합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즉, ‘아현’은 물가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 기본이지만, 물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는 ‘물기슭 고개’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상대적으로 크고 높은 동쪽의 만리재(萬里峴)와 서쪽의 대현(大峴) 사이에 있으면서 움푹 들어간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고개가 ‘아현’이므로 이 명칭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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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無時不習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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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법운 | 작성시간 26.06.06 감사합니다. 2학기 출석수업 때 뵐 수 있으려나.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無時不習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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