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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문화사

땅이름문화사(28)-전주

작성자無時不習|작성시간26.01.07|조회수33 목록 댓글 3

땅이름 문화사(28)-전주(全州)

 

전주는 전북특별자치도청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전라북도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전주는 동서남북의 네 방향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북서쪽의 일부만 평야와 맞닿아 있는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북서쪽의 평야 끝은 동에서 서로 만경강(萬頃江)이 흐르고 있어서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으므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고 안에서 밖으로 진출하기는 쉬운 곳이다. 전주는 신라 시대부터 지방 행정의 중심지로 부상했는데, 견훤에 의해 세워진 후백제의 도읍지(都邑地)였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 왕의 고향(豐沛之鄕)으로 인식되어 완산유수부(完山留守府)로 승격되었고, 1410년에는 이성계(李成桂)의 초상화(御眞)를 봉안한 어용전(御容殿)을 지어서 진전(眞殿)으로 부르다가 1442년에 경기전(慶基殿)으로 했다. 경기전은 보물로, 태조의 어진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전주 지역은 본래 백제의 땅이었다. 그 시대 정식 명칭은 완산(完山)이었는데, 비사벌(比斯伐), 비자화(比自火)로도 불렸다. 신라 진흥왕(眞興王) 때에 완산주(完山州)라고 했다가 경덕왕(景德王) 재위 15년(635년)에 지금의 지명인 전주로 바꾸면서 9주를 완비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잠시 안남도호부(安南都護府)라고 했고, 고려 성종 14년에는 순의군(順義軍)이라고 한 적이 있었으나 전주라는 땅이름은 늘 다시 복원되었다. 조선 태조 때에는 완산유수부(完山留守府)로 잠시 불렀다가 태종 때에 다시 전주로 바꾸면서 지금까지 그 지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여러 번 이름이 바뀌면서 매우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지명은 그 뜻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먼저 완산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完(흠 없을 완, 완전할 완)’은 ‘宀(집 면)’과 ‘元(으뜸 원)’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로 완비, 완전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全(온전 전)’과도 그 뜻이 통하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宀’은 사방이 지붕으로 덮여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인데, 집, 덮개, 지붕 등의 의미를 기본으로 한다. ‘元’은 원래 사람의 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였는데, 의미가 확대되어 우두머리, 근본, 근원, 백성, 첫째, 큰, 처음 등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完’은 근원, 근본, 중요한 것, 우두머리 등이 집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되거나 감추어져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세상의 근본이 되는 모든 것들이 보존되어있다는 의미가 중심을 이룬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山(뫼 산)’이 결합한 지명이 완산인데, 이것의 의미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글자는 하늘로 뾰족하게 높이 솟아 있는 산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인데, 우주의 기운인 양기(陽氣)를 간직하고 있는 데다가 언제든지 그것을 발산하여 세상의 만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완산은 근본이 되는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이면서 매우 안전하면서도 안정되게 보호되고 있는 상태의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완산은 백제 시대에 비사벌, 비자화 등으로도 불렸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기록하고 있다. 비사벌, 비자화 등의 이름은 만주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대국가를 형성했던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 등에서 한자의 뜻과 소리를 빌어서 우리말을 표기하는 방법이었던 이두(吏讀)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이두의 표기 원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두는 표현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한자의 뜻을 취하고, 보조적인 구실을 하는 것은 소리를 취하는 방식이다.

 

‘比斯伐’, ‘比自火’에서 ‘比斯’와 ‘比自’ 등은 한자어인 ‘完山’에 해당하는 우리말로 이 지명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것이므로 글자의 뜻을 취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比(견줄 비)’는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상태를 표시한 것인데, 가까이 있어서 친밀(親密)한 사이를 지칭한다. 무엇이든 가까이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므로 ‘견줌’, ‘비교’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자가 동사로 쓰일 때는 덮다, 보호하다, 갖추다, 감추다 등의 뜻이 된다. 그런 이유로 인해 ‘덮어서 보호하다’, ‘근본적인 것을 갖추고 있다’ 등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우리말에서 ‘갖추다’는 동사인데, 있어야 할 것들을 가지고 있거나 감추어서 보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세어는 ‘ᄀᆞ초다’인데, ‘갗+호+다’의 형태가 원형이다. 조선 시대의 여러 문헌에서는 주로 ‘간직하다.’, ‘감추다.’ 등의 뜻으로 쓰였다. 그러므로 이두 표기에서 ‘比’는 ‘갖추다’의 어간에 해당하는 ‘갓’, ‘갖’, ‘갗’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된다. ‘갓’, ‘갖’, ‘갗’은 ‘ᄀᆞ초’에서 ‘ㅊ’이 받침으로 올라붙은 형태이므로 이두에서 ‘ㅅ’ 받침을 표기하는 것으로 쓰인 ‘斯’가 합쳐져서 ‘갖춘’이라는 뜻을 나타내게 된다. 우리말 받침에서 ‘ㅅ’, ‘ㅈ’, ‘ㅊ’은 넘나듦이 가능하므로 ‘ㅅ’과 ‘ㅎ’이 합쳐지면서 ‘ㅊ’으로 되어 ‘ᄀᆞ초다’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지칭하는 ‘벌’을 이두식으로 나타내기 위한 글자가 ‘伐’이다. 그러므로 비사벌은 모든 것을 갖추고(숨겨서 간직하고) 있는 넓고 평평한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비자화에서 ‘火(불 화)’는 중세 표기로는 ‘ᄫᅳᆯ’인데, 현대로 오면서 ‘불’로 바뀌었다. 우리말에서 ‘ㅓ’는 ‘ㆍ’와 ‘ㅣ’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모음인데, 「훈민정음해례」에서는 소리는 ‘ㅡ’와 같으나 입을 벌린다고 설명함으로써 ‘ㅡ’와 ‘ㅓ’는 근원이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 시대 이전에는 ‘ᄫᅳᆯ’과 ‘벌’의 구분이 매우 애매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말 받침에서 ‘ㅅ’, ‘ㅈ’, ‘ㅊ’의 넘나듦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사벌과 비자화는 같은 말이 되며, 완산과도 같은 뜻을 가진 것으로 된다.

 

전주라는 지명은 신라 경덕왕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으니 그 역사가 매우 길다고 할 수 있다. ‘전주’는 한자로 된 땅이름이라는 점에서 ‘완산’과 동일한데, 그것이 가지고 있는 뜻도 연결되어 있어서 무척 흥미롭다. 즉,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으면서 보호되고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완산’과 ‘전주’는 완전히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全’에 대해 살펴보자.

 

‘全(온전 전)’은 ‘入(들 입)’과 ‘玉(구슬 옥)’이 아래위로 결합하여 형성된 것인데, 두 개의 글자가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에 속한다. ‘入’은 안을 뜻하는 ‘內’에서 분화되어 나온 글자로 두 글자의 근원이 같다고 했다. ‘入’은 ‘內’에서 ‘冂(멀 경)’의 안에 있는 ‘入’이 분화되어 나오면서 만들어진 글자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다’라는 말은 밖에 있던 것이 안으로 옮겨진다(自外而中)는 뜻이므로 안과 들어감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入’은 ‘안’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玉’은 아름다운 모양을 가진 여러 개의 돌이 비단 끈 같은 줄에 꿰여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이다. 이 글자에서 ‘一’ 세 개는 아름다운 돌을, ‘丨(뚫을 곤)’은 돌을 꿰고 있는 줄을 나타낸다. 고대의 글자는 돌이 여러 개로 그려져 있었으나 세 개로 줄이고 나머지는 ‘丶(점 주)’로 대신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글자가 바로 ‘玉’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 글자는 순수함, 아름다움, 빛나는 색을 가진 사물, 아름다운 덕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는데, ‘모든 것을 갖춘’, ‘온전한’, ‘흠이 없는’, ‘완전한’ 등의 의미로 점차 확장되었다.

 

‘州(고을 주)’는 흘러가는 물의 모양을 형상화한 ‘川(내 천)’과 작은 땅을 의미하는 ‘丶(점 주)’가 물 가운데에 있는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물과 물 사이에 있으면서 불룩 솟아난 땅으로 사람이 모여서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점차 행정 단위로 쓰이게 되면서 ‘고을’, ‘2,500에서 1만 가구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 뒤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므로 땅이름에 이 글자가 붙는 지역은 상당히 큰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전주(全州)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곳이면서 흠 없이 완전한 것, 모든 것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는 땅, 혹은 지역 등의 의미가 된다. 이것을 굳이 우리말로 한다면 ‘갖춘 고을’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주의 지형을 보면 이런 뜻에 아주 잘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조상들의 지혜의 놀라움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안에서 밖으로 진출하기와 바깥에서 들어오는 적을 방어하기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기 때문이다. 후백제를 세웠던 견훤(甄萱)이 이곳을 도읍지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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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無時不習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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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법운 | 작성시간 26.01.08 지명 소개 감사합니다 제주로 건너갑니다^^ (濟州)
  • 답댓글 작성자無時不習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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