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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숲 산책

등잔 / 신달자

작성자꽃자리|작성시간26.06.18|조회수10 목록 댓글 0

 

등잔 /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 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에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면

아직은 여자인 그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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