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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신석초에게 보낸 편지

작성자이덕대|작성시간26.06.20|조회수15 목록 댓글 0

신석초에게 보낸 편지/이육사

 

 석초형!(石艸兄) 내가 모든 의례와 형식을 떠나 먼저 붓을 들어 투병의 일단(一端)을 호소함은 얼마나 나의 생활이 고독한가를 형이 짐작하여 줄 줄 생각한다.

 

 석초형! 나는 지금 이 너르다는 천지에 진실로 나 하나만이 남아있는 외로운 넋인 듯하다는 것도 형은 짐작하리라.

 석초형,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경주읍에서 불국사로 가는 도중의 십리허(十里許)에 있는 옛날 신라가 번성할 때 신인사(神印寺)의 고지(古趾)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이다. 마침 접동새가 울고 가면 내 생활도 한층 화려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군이 먼저 편지라도 한 장 하여 주리라고 바래기는 하면서도 형의 게으름(?)에 가망이 없어 내 먼저 주제 넘게 호소치 않는가?

 

 석초형, 혹은 여름에 피서라도 가서 복약(服藥)이라도 하려면 이곳을 오려무나. 생활비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순박한 것이 천 년 전이나 같은 듯하다. 그리고 답하여라. 나는 삼 개월이나 이곳에 있겠고 또 웬만하면 영영 이 산 밖을 나지 않고 승()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곧 부럽고 편한 듯하다.

 서울은 언제 갔던가? 아무튼 경주 구경을 한 번 더 하여 보려무나. 몇 번이나 시를 써보려고 애를 썼으나 아직 머리 정리되지 않아 못하였다. 시편(詩篇) 있거든 보내 주기 바라면서 일체의 문후(問候)는 궐()하며 이만 끝. 칠 월 십 일 (七月十日)

 

                                      李 陸 史 (이육사) - (광야(曠野)에서 부르리라(문학세계사, 1981)

 

이육사

    독립운동가, 시인(1904~1944)

    대표작으로 절정, 광야, 청포도등 다수.

    건국포장,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금관문화훈장 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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