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방 창을 통하여 펼쳐진 가을밭 주변의 언덕배기가 훤해졌다. 1창고에서 봄밭 가는 길과 우물 아래 저수지로 맞닿은, 겨울을 제외하곤 온통 수풀이 우거졌던 터도 아주 말끔하게 단장됐다.
비가 자주 내려 금방금방 풀이 자라는 걸 염두하여 흙이 파이도록 제초기를 잡은 손과 몸에 더 정성을 담으셨단다.
고맙기 그지없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대구에서 이곳까지 와서 오자마자 가기 전까지 몸을 움직이시는 라파엘임을 바라보자면 새롭게 사람의 마음이 전해진다.
우선은 '사랑'이 바탕에 깔린 것이겠고 그와 더불어 안쓰러움 그리고 누군간 해야할 일.
지난 2월부터 라파엘님이 진동 요셉의 집을 찾곤 하신다.
겨울밭 울타리 작업, 하우스 만들기 풀이 자라는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오시는대로 길이며 언덕, 밭둑 그리고 산자락을 놀이터로 삼고 계신다.
아내 로사님도 처음을 제외하곤 늘 같이 오신다. 이곳이 좋으시단다.
참 감사하다.
직장일 하시다 나는 시간에 쉬실만도 한데 이곳을 찾아주시고 내 일 이상으로 움직여주시니....
움직임 안에 든 선한 마음도 그대로 흘러나오고.
라피엘님의 영적 상태는 꽤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사리지 않고 하나라도 더 해주시려는 애틋한 마음.
이웃이 걱정하는 일에 자발적으로 움직여 걱정을 안도와 감사로 바꿔주신다.
매 달마다 이곳을 방문하고 있고 팔월엔 가족 휴가를 이곳에서 하실 예정이라니 이곳이 그분께는 그 정도로 마음이 가는 곳이란 의미이리라.
우리로선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 주시는데 대한 감사와 더불어 내적인 면까지 흔들어 주시니 라파엘님은 일로만 보내주시길 넘어서 하느님이 마련해주시는 영혼의 선물인가보다.
라피엘님을 넘어서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머무는 이. 우선적으로 함께 지금을 사는 공동체가 영혼의 성장을 위해 젤 소중한 존재일진데.....
매일 보는 이에게 보다 더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정의롭게 다가서야 하는데....
조금씩 조금씩.
여전히 내면에 쌓여져있는 낡은 찌꺼기를 다시금 내려놓고.
2박 하고 대구로 올라가는 차속 트렁크 안에 진동의 수확물 비름나물, 앙파, 보리수쨈, 깻잎, 비파, 치커리를 봉지 봉지 넣어 박스에 담아 드렸다.
들어온 영양빵도.
이 또한 우리 공동체가 라파엘님께 드리는 소소한 사랑이리라.
(26.6.11.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