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활성화 심포지움에 다녀와서
5월 27일, 충청남도의 대표적 걷는길 「내포문화숲길」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도보길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역시 2회째를 맞이한 ‘걷기축제’와 함께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의 슬로건은 「숲길을 따라 마을과 함께」였습니다. 주요발제자인 구자인(충남연구원) 박사와 안은주(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장의 발표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최태영)
걷는 길과 지역발전 (구자인):
‘길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문제제기는 ‘마을은 주민이 대대로 가꾸어온 사적 공간’인데 ‘마을의 길을 도시민에게 공개하고 제공하는 의미’에 대해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대부분이 농촌지역인 도보길을 도시민의 휴양 공간 역할만으로 지나치게 강조할 때 생길 부작용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농촌주민들의 길을 제공하는 대가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발제자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며, 작고 쉬운 일부터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을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을 주문하지만, 발제자 스스로도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자발적인 활동이 어려운 현실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길에서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대부분의 도보길의 생성이 행정의 ‘사업’에서 비롯하고 있으므로 민-관의 갈등이나 개발이익을 둘러싼 주민간의 갈등, 또 농촌인과 길 이용자인 도시민 간의 충돌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합니다. 발제자는 ‘마을과 마을길은 아무나 쉽게 다니게 해서는 안 될 주민들의 세계’라고 강하게 울타리를 쳤습니다. 「근자열 원자래」 원칙에 따라 ‘지역주민→귀농귀촌희망자→일반관광객’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주어 길 이용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길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농촌지역의 행정에게는 무한한 편의시설 투자를, 지역 주민에게는 무한한 농촌인심을 요구하지만, “실제 도시민들의 걷는 행위는 그 지역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라고 지적하면서,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주인(농촌인)과 객(도시민 여행자)의 일상적·지속적이고 인간적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합니다. 서로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고 그 필요의 충족을 향해 서로가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원칙 위에서 실천적 항목 몇 가지를 제안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마을에 소액사업을 매년 지원하여 농촌주민의 역량을 강화, 농촌마을과 걷기동호회 또는 도시 동네 주민과의 인연 맺기, 농촌 거점 마을의 노는 시설 활용하기, 주민자치회 등 기존의 민간조직과 연대·협력, 행정의 지원체계 정비 등을 들었습니다.
제주올레 마을사업 (안은주): <사례 발췌> ①걷기축제: 길 위의 마을 주민들이 걸으러 온 여행자를 위해 준비하는 축제. 먹을거리·체험거리·주민들의 민속공연.
②1사1올레: 마을과 기업이 서로 돕는 프로그램. 14개 기업과 14개 마을이 연계. 기업과의 자매결연은 1~2년에 관계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무릉2리의 경우 ㈜벤타코리아와 결연하여 농촌 레스토랑 「무릉외갓집」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음. ㈜벤타코리아의 경우 2008년에 제주올레와 ‘친구기업’ 관계를 맺은 이후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임.
③간세인형 공방: 외국인 결혼이민자 등으로 꾸려진 친환경 기념품 퀼팅 협동조합.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품질의 수제기념품으로 판매수익과 여성일자리를 동시에 실현.
④세화3리 「허브마을」: 몇 년 전 마을사업으로 조성한 허브식물에서 아로마를 추출하고 클린 올레 활동으로 수집된 빈 병을 재활용하여 「허브 캔들(향초)」 등 기념품 제작 판매.
⑤신산리 녹차 쵸컬릿: 마을에서 재배하는 녹차로 쵸컬릿과 아이스크림 제조 판매. 기존 마을회관을 카페로 개조.
⑥「추자삼춘네」 수산물 가공판매: 멜[멸치]젓, 삼치 등 수산물 브랜드화, 용기의 차별화·문화상품화, ㈜오리콤의 재능기부로 BI(Brand Identity)작업과 마케팅 등.
⑦세화3리: 「돌코롬 봉봉」 감귤 브랜드화.
⑧「올레 스파클링」: 용암해수 전문기업이 탄산수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제주올레가 용기를 디자인. 제조업체는 수익금 일부를 제주올레에 기부. ⑨「간세라운지」: 제주 시내의 종합 여행자센터 겸 식당 겸 기념품·상품 판매소 겸 간세인형공방.
이 외에도 이지훈(사단법인 내포문화숲길) 국장의 ‘숲길 이용자와 거점마을의 상생발전’, 윤문기(한국의 길과 문화) 상임이사의 ‘걷는길 이용자의 책임과 역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종합하면 걷는길 운영단체들의 진로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길 운영단체가 마을만들기 또는 마을소득사업까지 책임져야 할까?’라는 부담도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첫 번째 발표자의 내용은 다소 원론적이어서 길 활동가들로부터 “직접 해보라”는 야유 섞인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제주올레의 경우는 관광으로 특성화된 지역답고, ‘관광 제주’를 다시 일으켜 세운 단체답게 소득사업을 중심으로 한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어느 면 자연스러웠습니다.
심포지엄에 앞서 「한국걷는길연합」의 모든 회원단체 대표가 공동으로 걷는길 지원 입법을 촉구하는 「걷는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내포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주요 골자는 “첫째, 걷는 길도 자동차 도로와 같이 법적인 지위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둘째,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트레일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하여 장기종합계획을 마련한다, 셋째, 걷는길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발전의 새로운 자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이에 걷는길 조성과 운영관리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