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예보는 없었던 것 같았는데 이른 시각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걱정이 앞섰다. 우중에 길을 나서야 하는 일도, 행사 중 비를 맞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그랬다.
진안고원길 걷기 행사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데 벌써 십년을 넘겨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진안고원길은 하늘땅 고샅고샅 에서 마을과 사람, 진안을 만나는 길이다. 걸어서 진안을 만나는 도보문화여행길이며 첩첩 산중 고원 바람을 맞는 곳이다.' 라고 소개되고 있다.
다니던 길만 익숙하듯, 진안은 태어나고 오랜시간 생활해 온 곳이지만 구석구석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길 위에서 옛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운 것들을 만나보자. 고향산천의 새로운 모습도 담아보자. 어쩌면 고향을 돌아볼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덧 마지막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떠오르는 때를 맞았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간단한 개회식 후 찹살떡과 사과를 나누어 준다. 부족했던 아침식사를 해결하는데 긴요하게 쓰일 것이다.
둘러보니 아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늘 걷게 되는 1구간은 '마이산길'
진안에서 마이산을 거쳐 마령까지 13.6km, 4시간 30분쯤 소요가 예상 된다.
길이야 익숙한 곳이지만 처음 행사에 참가하여 어떤 대형으로 걷게 되는지 보폭속도는 어떤지 자연스레 살피게 되었다.
전열을 정비하느라 마이산입구 홍삼스파 앞에서 1차 휴식 시간.
또래쯤으로 보이는 분께서 나이든 사람은 뒤에 처지지 말고 앞서가는 것이 좋다고 슬며시 귀뜸을 한다.
일견 맞는 말씀이라 생각하여 대체로 마칠 때까지 선두에 서서 걸었다.
숫마이산 옆 산길을 따라 오르는데 숨이 차올랐지만 신선한 공기 덕에 상쾌했다. 은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언젠가 걸었던 기억이 있다.
동행자는 마을 앞 큰도로를 건너 숲속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된다고 귀뜸한다.
도로 건너기 전 사무실을 스쳐 지나오는데 여성분이 나온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분은 '은천생태마을 방문자 센터' 운영자 윤민실 대표였다.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명예퇴직 후 이 일을 시작 하셨다고 한다.
온 가족이 진안으로 이주하여 생활 하신다는데 새로운 사업들을 펼치고 싶은 왕성한 의욕을 보이신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고향을 위해 애쓰고 계신다니 퍽 고마운 일이다.
전국 제일가는 생태마을로 우뚝 서게 되길 마음깊이 응원했다.
행사 주관처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국물과 함께 도시락을 꺼내 후다닥 해치웠다. 비가 내린데다 강한 바람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낯선분들 속에서 식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차차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도 넓혀 가보자. 먼저 다가 가보자.
식사 후 공연, 향토사 설명 등이 있었고 천변을 따라 동촌, 강정리 마을 등을 거치는데 강정마을의 전에 보지 못했던 문화유산들이 눈길을 끌었다.
목적지에는 출발지까지 태워다 줄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관처의 철저한 계획, 숙련된 추진에 참가자들의 열정이 더해진 만족도 높은 행사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맘 편히 호사를 누렸다.
다음 2구간 들녘길 걷기가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제 앞만보고 걷지말고 자연과 호흡 해보자.
14구간까지 완주하며 또다른 나를 반추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